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 측이 법정에서 “당 대표 선거에 대한 형사책임은 최종적으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협회장은 2021년 당 대표 선거 당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지역본부장 등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일부 인정한 상태다.
강 전 협회장의 변호인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강 전 협회장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실질적으로 조직본부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협회장이 돈봉투 살포의 지시·권유, 자금 조달, 교부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협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2021년 3월30일 무렵 지역본부장에게 50만원이 든 봉투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조직이 구성된 이후로 강 전 협회장의 비중이 급감했다”며 “모든 범죄행위를 강 전 협회장이 책임질 건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강 전 협회장 측은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라고 지목했다. 조직본부는 이 전 부총장이 총괄했고, 강 전 협회장은 실질적인 총괄본부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윤관석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실질적으로 자금을 수송한 사람은 모두 이 전 부총장”이라며 “강씨는 지역본부장 8명에게 50만원짜리 봉투를 나눠준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전 협회장이 조직본부를 구성했다고 해서 (돈 봉투 의혹 등) 일어난 일 모두를 책임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공소사실 대로면 형사 책임은 최종적으로 송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전 협회장은 사업가 김모씨에게 5000만원의 금품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는 지난 12일 열린 재판에서 송 전 대표의 당대표 당선을 위해 선거자금 5000만원을 사업가 김씨로부터 기부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 전 협회장과 이를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강 전 협회장의 해명에 대해 “이 전 부총장의 녹취록을 보면 강 전 협회장이 시키는대로 조직을 운영했다는 게 확인된다”면서 “녹취록이 강 전 협회장이 캠프 구성 등을 주도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윤관석 무소속 의원도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윤 의원 측은 전날 재판에서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100만원씩 담겨 있는 돈봉투 20개를 교부받았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봉투 속을 확인했을 때 들어있던 돈은 (공소사실과 같이)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었다고 한다”고 했다. 제기된 혐의가 일부 과장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