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늪’에 빠진 민주당···표결 변수로 떠오른 ‘부결’ 호소

김윤나영 기자    신주영 기자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또다시 ‘방탄’ 시험대에 섰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파기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쇄신 의원총회에서 ‘온정주의와 결별’을 다짐했지만 여전히 ‘이재명 방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 지침을 내렸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권을 국회 겁박과 야당 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의원 30여명이 발언을 자청해 격론을 벌였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무도한 검찰에 맞서 뭉쳐 싸워야 한다”며 당론 부결을 주장했다. 반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부결을 대놓고 얘기하면 국민들한테 무슨 명목으로 정치하나. 양심 좀 지키자”라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것은 방탄 수렁에 다 같이 빠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결이 적절하지만 당론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소영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무기명으로 치러지는 체포동의안 표결 특성상 당론 채택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당내 ‘샤이 가결’ 표를 던질 의원이 몇 명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민주당 의원 167명 중 약 30명만 이탈해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국회의원 수 297명의 과반은 149표다. 국민의힘(111명)과 정의당(6명), 국민의힘 성향 무소속 의원(2명), 조정훈 시대전환·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이 전부 출석해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121표다. 민주당 의원 중 28명이 찬성하면 149표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엔 민주당에서 최소 31명이 이탈했다. 가결(139표)이 부결(138표)보다 많았지만, 기권(9표)과 무효(11표)가 발생해 가결이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이 대표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기권이나 무효표를 던졌던 의원 20명 중 10여명이 가결 표를 던져야 최종 가결된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날로 단식 21일째를 맞은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동정론은 부결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한 호남 의원은 “검찰 수사가 폭압적이라 의원들도 전체적으로 부결로 많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경선을 앞둔 의원들이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도 부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 초선 의원은 “누가 가결표를 던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선 상대가 현역 의원을 상대로 ‘너는 부결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공격하면 억울해도 입증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부결 호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은 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했으니 의원들의 총의가 부결로 모일 것”이라면서 “다만 당이 방탄 굴레에 빠진 데 대한 책임은 이 대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 스스로 국민 앞에서 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최소한 침묵을 지키거나 굳이 메시지를 낸다면 가결을 호소했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부결 호소로 오히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대표와 민주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대표의 부결 호소로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이 사실상 대표직 재신임 투표 성격을 띠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 대표의 리더십은 무너지고 거취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심각한 내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부결되면 이 대표는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게 되지만 ‘방탄 단식’과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신뢰의 위기에 처한 이 대표는 구속을 피하는 대신 돌이키기 어려운 신뢰의 추락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내로남불 정당’ 이미지도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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