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포격에 30여명 사망…6월에도 양측 무력 충돌
러시아가 중재…아르메니아 “자치군 무장해제” 속 불씨 여전
옛소련의 화약고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분쟁 지역에서 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우려했던 세 번째 전쟁으로의 확산은 막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중재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이틀간 벌어진 전투를 중단하는 휴전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아르메니아는 이번 협정에 따라 해당 지역 자치군을 무장해제하고 모든 군사장비를 철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지난 1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군 진지에 포격을 가하며 “아르메니아 민족주의자들의 군대가 완전히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당국은 아제르바이잔에 즉각적인 대화를 요청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불법적인 아르메니아 무장단체가 백기를 들고 모든 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대테러 작전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역 인권옴부즈맨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군의 포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자 32명과 200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 7명도 포함돼 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정부에 더욱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BBC는 전했다.
‘캅카스의 화약고’로 불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간주되나 주민 12만명 중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이다. 옛소련 시절인 1988년 이 지역 아르메니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두 나라 간 전쟁이 벌어져 1992~1994년 3만여명이 사망했다. 2020년에도 이 지역을 놓고 두 번째 전쟁을 벌여 6주 동안 양측 군인 7000명이 숨진 바 있다.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며 중재에 나서 정전에 합의했지만 지난 6월에도 아르메니아 자치군 부대와 아제르바이잔 군인들 사이에서 총격과 포격이 오갔다.
이번 공격은 최근의 갈등이 누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잇는 유일한 길목인 라친 회랑을 차단하고 주민 12만명에게 식량이 보급되는 것을 막은 이후 갈등이 고조돼왔다고 CNN은 전했다. 보급로 봉쇄로 아르메니아인 수천명이 아사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국제사회는 분쟁 확산을 우려하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아제르바이잔이 현재의 군사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리는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적대행위가 시작되는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양측 모두와 접촉해왔으며 분쟁을 풀 수 있도록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니콜 파시니안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했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조처는 자국 영토 보전을 위한 것”이라며 “튀르키예는 해당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해왔다.
카네기유럽재단의 캅카스 지역 전문가 토마스 드월은 “안타깝게도 끔찍한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몇달 동안 외교를 통해 피하려고 했던 세 번째 전쟁”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