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은 295표 중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주도로 175표가 찬성해 가결됐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실패 책임을 묻고, 전면 쇄신을 촉구하는 국회의 준엄한 경고가 표출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 이뤄진 총리 해임건의를 무겁게 새기고 국정 기조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제출한 총리 해임건의안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새만금 잼버리 사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등이 담겼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 폭망 사태의 중심에 총리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패, 행정·외교·안보·경제 무능, 야당·의회를 무시하는 불통·독주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총리에게 물었다고 한 것이다. 국회 대정부질문 때 야당 의원들에 맞서고, 국정 난맥을 직언하기보다 윤 대통령 비호에 급급했던 한 총리가 행정부를 이끌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총리 해임건의안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출구전략이자 맞불”이라고 반발했다. 그 정치적 대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민주당이 밀어붙인 초강수는 정치 파국의 상징적 단면일 수 있다.
이제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초유의 총리 해임건의 사태가 빚어진 데는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공격하고, 국정 쇄신 요구에 불통·오기 개각으로 맞선 윤 대통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간 강제성·구속력이 없는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뜻을 내비쳐왔다. 이 해임건의가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총리를 겨눴지만 윤 대통령을 향하는 것이 총리 해임건의안의 본질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줄곧 30%대에 머물고 있다. 국정·인사 쇄신을 요구하는 국회의 총리 해임 경고에 국민의 뜻도 배어 있음을 윤 대통령은 직시하고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