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상황에 대비한 친이재명(친명)계의 이른바 ‘플랜B’ 가동 여부에 당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사퇴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이른바 ‘옥중 공천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지난 21일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옥중에서 당 대표 권한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나”라고 묻자 “일단 당분간은 그렇게 해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구속되든 불구속되든 당 대표의 리더십을 확실하게 보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당 지도부도 더 견결하게 이 대표 중심으로 뭉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플랜B는 없고 옥중공천도 불가능하다”라는 발언에서 미묘하게 뉘앙스가 바뀌었다. 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에서 “플랜 B라는 건 없다”며 “어떤 분들은 구속되면 구속된 상태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 옥중 공천하지 않겠느냐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시스템에 의해서 공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럼 대표직을 내려놔도 되냐’고 묻자 “그때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당 지도부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정 의원 발언의 변화를 볼 때 이 대표가 만약의 경우 구속되더라도 ‘버티기’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22일 내년 총선까지 이 대표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 좋으라고. 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며 “이 대표 체제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일로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끊임없이 이 대표를 흔들겠지만, 저희 ‘이재명 지도부’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에 대한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면도 들어있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대표를 탄핵한 것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들에게는 절대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결속이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 이재명 대표와 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MBC 라디오에서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내에서는 ‘옥중공천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대표가 옥중에서 당무를 보는 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이겠나”라며 “결국 비판 여론을 버티지 못하고 선당후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당헌·당규상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당 대표의 권한은 대부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행사할 수 있다”며 “구속 중인 당 대표는 이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들의 ‘옥중공천’ 거론은 내부 결집용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는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메시지를 일단 전달한 것이고 그것이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진짜 마음속 친명하고 공천받기 위해서 친명인 척하는 친명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중 당무 수행’ 거론으로 친명계 내부의 분열을 막고 지지자들을 달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이니 흔들면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비명계에게 보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오늘 탈당은 4231명이고 입당은 이보다 훨씬 많은 7176명”이라며 “아무리 화가 나고 절망스럽더라도 탈당하지 마시고 이 대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