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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의 퇴장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2017년 5월4일 미국 뉴욕 인트레피드 바다·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산호해 해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2017년 5월4일 미국 뉴욕 인트레피드 바다·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산호해 해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중반 한 측근에게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에 대해 했다는 말이다. 이 얘기는 뉴욕타임스 조나단 마틴·알렉산더 번스 기자의 공저 <디스 윌 낫 패스>에 담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묘사한 대로 머독은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전 세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 더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의 모회사다.

미디어 제국의 ‘황제’ 머독이 올해 말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한다. WSJ는 21일 머독이 오는 11월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에서 물러나고, 장남 라클런이 직위를 승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출신인 머독은 아버지에게서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아 일찌감치 언론 경영에 나섰다. 자극적인 뉴스를 주로 다루는 영국의 더선과 미국의 뉴욕포스트 등을 인수해 큰 성공을 거뒀고, ‘현대 타블로이드(선정적 뉴스를 주로 다루는 신문)의 발명자’로도 불린다.

머독은 정치권력과 결탁도 주저하지 않았다. 호주·영국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해 ‘태양왕’(the Sun King)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영국 칼럼니스트 마거릿 웬트는 “그들은 당선이 되려면 머독이 필요하다는 점과, 머독이 자신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걸어온 길은 스캔들로 가득 차 있다. 머독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불법 도청 폭로로 위기에 몰리자 이 신문을 자진 폐간했다. 폭스는 트럼프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대선 개표기계에 문제가 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했다가 허위사실로 밝혀져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그의 시대는 저물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머독이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권력자 입장에서 언론과 한통속이 되려는 달콤한 유혹을 떨치기 힘들 터이다. 그래서인가.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을 무리하게 시도하고 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권능을 부여받는 것은 언론이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정권의 무기가 되는 언론은 존재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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