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제거할 수 없는 바이러스…질병 극복 방법은 ‘돌봄’뿐이다](https://img.khan.co.kr/news/2023/09/22/l_2023092301000821200077092.jpg)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
조지프 오스먼슨 지음·조은영 옮김
곰출판 | 488쪽 | 2만3000원
조지프 오스먼슨의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바이러스와 돌봄에 관한 책이다. 분자 생물물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일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숨진 지인의 이야기 등을 통해 3년 념게 이어진 팬데믹 국면을 돌아본다. 형식은 에세이지만 읽고 나면 잘 정리된 의료 인류학 서적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와 함께 살면서 되도록 많은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상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겁먹게 할 순 있다. 그런데 더 많은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인간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사람의 몸 또한 시간이 지나면 망가지게 마련이다.
저자는 결국 질병을 극복하려면 자신을 돌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유할 때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수익 지향적 건강 케어 시스템”에서 질병은 계급과 인종의 표식이 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게 곧 미덕이라는 접근 또한 경계해야 한다. 저자는 “건강상의 위험과 누가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건강과 경제적 특권의 손쉬운 융합”이라고 말한다.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이와 현장에서 동료들과 부대끼며 일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의 처지는 달랐다.
백인이면서 게이인 저자는 연애와 성적 경험을 통해서도 자신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노출 전 예방약을 복용하면서 두려움을 덜고 성관계를 즐기게 됐지만, 예방약은 여전히 “감당할 경제력 여력이 있는 곳에만 존재한다”.
저자는 밸런타인데이에 연인과 함께 인권단체 ‘액트업’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정부와 제약회사를 압박한 액트업의 공을 되새긴다. 액트업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미국 정부나 제약회사가 HIV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