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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선거 기계’가 될 태세가 되어 있나

입력 2023.09.24 20:23

수정 2023.09.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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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조직된 결사체다. 한국에서 권력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고로 정당은 선거 승리가 본질적 목표인 조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당들은 큰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넓히려 애쓴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믿어서다. 지지층에 고정된 시선을 중도층·무당층으로 돌리는 것도 그맘때다. 다수 시민에게 가닿도록 메시지는 조정되고 정책은 용적을 넓힌다. 정당들의 정책은 상호 수렴된다. 선거정국이 주조하는 덧셈의 정치이고, 차이의 완충이다.

그러나 22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이 상식은 깨져버렸다. 여야는 경쟁하듯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뺄셈 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건 윤석열 정부다.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를 끄집어내 이종찬 광복회장과 같은 보수적 민족주의자마저 등을 돌리게 한다.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박정훈 대령을 핍박해 군대에 갔다왔거나 갈 남성은 물론 그들의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공분을 산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연구·개발 예산을 뭉텅뭉텅 삭감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부른다. “12·12는 나라를 구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말한 사람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해 한국 사회가 어렵게 도출해낸 헌법 정신과 법적·정치적 합의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공산전체주의 운운하며 철지난 이승만식 반공주의에 공명하지 않은 이들을 체제의 적으로 돌린다.

‘대통령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라는 말은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를 포함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성향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인적 구성으로 보건 내거는 이념과 철학, 정책으로 보건 뉴라이트 정부, 아스팔트 우파 정부의 등장이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다.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은 이런 행태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웬걸 도리어 여당이 한술 더 뜬다. 대통령실이 기침을 하면 국민의힘은 몸살을 앓는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록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이 “희대의 대선공작”이라고 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라고 하는 식이다.

이른바 공산전체주의를 대척점으로 설정한 정부·여당의 이념적 좌표는 정치 경험도, 정치 철학도, 정치 기반도 없는 윤 대통령이 자신만의 정치적 진지를 구축하려고 ‘발명해낸 정체성’에 가까워 보인다. 철학과 이념을 구현하려고 대권을 잡았다기보다 대권을 잡고 보니 윤석열 정치의 이념과 정체성을 만들어낼 필요가 생겼고, 야당과 대립하는 이념을 물색하다 철지난 뉴라이트 이념을 차용한 게 아닌가 짐작된다. 윤석열식 ‘정체성의 정치’인 셈이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명실상부한 ‘윤석열당’으로 만드는 게 1차적 목표일 것이다. 퇴임 후에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반을 닦으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윤석열당’을 만든들 그 당이 총선에서 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야당이 만만해 보이고 일방통행을 해도 이기겠다 싶으니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문제는 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대혼란에 휩싸였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해놓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내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권 경쟁이 이 혼란의 배경이라는 걸 모두 안다. 그러나 총선에서 패한다면 그까짓 당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본선(총선)에서 이기려고 예선(공천)을 하는 것이지 그 역이 아니다. 집안싸움은 잘하는데 밖에 나가면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있다. 흔히 말하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이다. 둘의 간극을 좁히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민심을 따르는 것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다.

사회 전 분야의 퇴행을 실감하는 사람, 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야당이다. 적어도 총선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전횡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이들이 품은 최소한의 바람이다. 총선에 방해되는 건 무엇이든 버리고 총선에 도움되는 건 무엇이든 취하라는 것, 다시 말해 냉철한 ‘선거 기계’가 되라는 것이 이들의 절박한 요구이다. 민주당은 그럴 태세가 되어 있는가. 혼돈의 강을 건너기 위해 민주당이 던져야 할 질문 또한 이것이다.

정제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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