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이 지난 3월24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청년 노동자 222명의 의견서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추석 연휴 뒤에 발표하기로 했다. 설문조사가 이미 마무리됐는데도 공개를 늦추는 것은 근로시간 개편이 ‘추석 밥상’ 위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뒤 여러 문제 제기가 있어서 노사 당사자와 국민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6~7월 설문조사를 했다”며 “전문가들이 분석을 진행 중인데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3월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용자가 특정 주에 몰아서 69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두고 청년 노동자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셌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노동부는 의견 수렴을 위해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FGI) 등을 진행했다.
애초 노동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보완방안을 마련한 뒤 이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간표는 지켜지지 않았고, 이 차관이 언급한 “이른 시일 내”도 추석 연휴 이후가 됐다. 노동부는 정무적 판단 끝에 추석 이후 발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지난 3월 발표 예정이던 포괄임금제 규제 대책을 근로시간 개편과 연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괄임금제 규제 대책 발표도 함께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조 회계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를 연계하는 시행령은 3개월이나 앞당겨 시행하더니 정부에 불리한 근로시간 이슈는 눈치만 보면서 발표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추석만 피해 가면 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사실상 좌초된 근로시간 개편은 폐기하고 청년 노동자들이 가장 원하는 포괄임금제 규제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