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기준 완화 관련 ‘선긋기’
숙박업 미등록 4만9000실
이행강제금·신고 계도기간
내년 말까지 연장 유예키로
거주용으로 구매한 소유자들
벌금 폭탄·헐값 판매 기로에
다음달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려 했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에 대해 정부가 부과 유예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당초 준주택 지위로 바꿔달라는 생숙 소유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숙을 주거용도로 사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내년까지 손해를 감수하고 팔거나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해 이행강제금 처분을 내년 말까지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완화가 예상됐던 이행강제금 규모(생숙 매매가 10% 매년 부과)는 사실상 유지됐다. 시중에 알려진 것처럼 시세가 아닌 건축물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이행강제금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시세 5억원짜리 부산 해운대구의 85㎡ 규모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연 5000만원이 아닌 시가표준액(1억원)의 10%인 연 1000만원이란 얘기다.
기존 소유자로부터 생숙인 줄 모르고 구입한 경우를 포함, 생계형 생숙 소유자는 이행강제금을 50% 깎아줄 방침이다.
정부가 불법으로 보는 생숙은 2021년 12월 이전에 사용 승인을 받은 9만6000실 가운데 아직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4만9000실이다.
전 정부는 생숙이 2015년 3483실에서 2021년 1만8799실로 폭증하자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했다. 오피스텔로도 사용할 수 있게 특례기간을 두고 용도 기준도 완화했다. 그럼에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생숙 용도 변경이 이뤄진 것은 극소수다.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996실로, 기존 생숙 9만6000실의 2.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오피스텔로 전환하려 해도 주차장·방화설비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데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주차 기준은 가구당 1대, 생숙은 시설면적 200㎡당 1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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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용도 변경은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2년간 한시 적용됐던 발코니 등에 대한 완화 기준을 오는 10월14일부로 종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주택으로 보고 생숙을 구입해 살고 있는 소유자들은 숙박용으로 신고가 어렵다고 말한다. 헐값에 팔거나 사실상 편법으로 거주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 생숙 소유자들은 반발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2년간 주거 사용을 위한 용도 변경을 추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대부분 생활숙박시설이 용도 변경을 완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행정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졸속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만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