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
윤석열 정부 관련 입장 표명
“유승민 공천 주지 말라 한 적 없다”
“내년 총선에 별 계획 없다”
출마 “나와 연관짓지 않았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21년 특별사면 후 첫 언론 인터뷰가 26일 공개됐다. 전날에는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에 청치마를 입고 환한 표정으로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대구 달성군 자택 인근의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지난 13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구·경북(TK)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내에서 ‘박근혜 변수’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회동 요청에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달성군 자택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가 이날 보도됐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국민을 향해 “먼저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공식 인터뷰는 2021년 12월31일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와 관련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 제가 여성이니까 (남성) 비서관들한테 시키기 어려운 것들이 있지 않겠나”라며 “그래서 최 원장(최씨가 과거 유치원 원장을 지내 평소 ‘최 원장’으로 호칭)이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심부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처음에 최 원장이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재단 이사진으로 좋은 사람들을 소개할까요’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 않은 것을 정말 많이 후회했다”며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것에 대해서는 “취임 초 보좌진으로부터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그런 지원을 해왔다’길래 그러면 ‘지원받아서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며 “사적 용도로 쓴 것은 전혀 없다. 그것을 청와대 직원들 추석 격려금으로 사용한 것은 맞다. 모든 것은 제 책임이지 이 세 분한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2월28일 신년 특별사면 결과 복권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공천 불법 개입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총선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정말 거짓말”이라며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당에 전달하면서 ‘이 사람들은 꼭 공천하라’고 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시적으로 유승민 의원 공천을 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이 제가 유 의원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공천 파동은)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 ‘통진당 해산’이라든가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대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착잡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든가,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라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우선은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며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검사 중에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이라든가 요직에 여러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인사는 인사권자가 선택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지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4개월 정도 됐는데 정부의 방향,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좀 성급한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이 제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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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며 “그것이 국민이 보내주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측근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사저 인근 전통시장을 찾은 데 이어 이날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추석을 앞두고 언론 노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 13일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사저에서 만나고,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 긍정적으로 회신하기도 했다.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면서 윤 대통령과 연대 모드로 내년 총선에서 측근 인사를 공천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TK에서 박 전 대통령이 별도로 세력화하지 않고 함께 안고 가는 것이 유리해 ‘윈-윈’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