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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위헌···“표현의 자유 지나치게 제한”

국가보안법 2조·7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열리는 26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한수빈 기자

국가보안법 2조·7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열리는 26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한수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6일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1항 3호 등에 대한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다.

심판 대상 조항인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1항은 ‘누구든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정하면서 3호에 ‘전단 등 살포’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경찰관이 상황에 따라 경고·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체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책임주의 원칙’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난 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북한인데 전단을 뿌린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 없이는 형벌도 없다’는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반면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죄가 성립하려면 전단 등 살포 행위로 인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남겼다. 두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하고 있다”며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기자회견이나 탈북자들과 만남 등을 통해 충분히 표명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써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 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불린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발의됐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큰샘·물망초 등 북한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같은 해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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