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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에 대한 몇가지 예측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한참 동안 과연 이 정권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헷갈려 했다. 그런데 향후를 예측해 볼 만한 몇 가지 근거들이 쌓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열 정권은 한국 역사상 초유의 매우 부정적인 의미의 ‘우파 포퓰리즘 정권’이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다는 우파 포퓰리즘 정권은 미래를 망치게 한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형태라는 게 일반적인 정의인데 이는 정교하지 못하고 일부 좌파는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최근 경제학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더 구체적인 정의를 사용한다. 우선 포퓰리즘 정권은 공통의 이데올로기가 없다. 좌파 포퓰리즘 못지않게 우파 포퓰리즘도 광범위하게 관찰되는데 히틀러·트럼프가 대표적이다. 같은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해서 공통의 의제가 많지도 않다. 즉, 트럼프의 의제로 윤석열 정권의 의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번째, 포퓰리즘 정권은 확고한 정책적 철학 없이 ‘도덕적 시민 대 부패한 기득권’ 전선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자기편인 시민은 절대선이고, 반대의 부패한 기득권은 상황에 맞게 만들어 낸다. 윤석열 정권은 자기편인 사람들은 ‘애국시민’이고 부패한 기득권은 ‘카르텔’이란 이름으로 그때그때 만들어 내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586운동권을 비롯해 노조·시민사회·은행·사모펀드·민영화된 공기업·대치동 학원·연구자 등이 카르텔 범주에 들어간다. 정권 내내 부패 카르텔 낙인찍기는 계속될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그냥 찍히지 말아야 한다.

세번째, 포퓰리즘 정권은 명확한 철학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국민 감정을 자극한다. 우파 포퓰리즘이 세계화·이민·코로나 백신·지구온난화 등에 오히려 반과학적인 아포칼립스를 선동했다는 건 새롭지도 않다. 윤석열 정권 내에서 반중정서, 국가 재정의 역할, 환경문제에 진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부동산을 끊임없이 이용할 것이다. 부동산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뇌관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으로 이미 서막은 올랐다.

네번째, 여러 연구자들의 흥미로운 분석인데 포퓰리스트는 자기편인 도덕적 시민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공정한 표본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래서 견제와 균형은 필요가 없고 의회·언론·사법부는 깔아뭉개도 된다. 이게 포퓰리즘과 독재가 만나는 지점이다. 또 하나. 자기편인 도덕적 시민이 주는 정보는 언제나 새롭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그 나물에 그 밥’에서 올라오는 편향된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없던 윤 대통령이 ‘이념 전사’로 변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념논쟁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정치적 극단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국회와 언론에 대한 태도는 이미 드러났다. 국회는 내년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힘으로 찍어 누를 것이며, 다수당이 안 되면 또 다른 야당 무력화 방안을 찾을 것이다. 남은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이다. 검찰 정권이 가장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집단이 어디일지 생각해 보시라.

다섯번째, 포퓰리스트는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 메시지가 추상적이고 간략하다.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한 줄 트위터를 선호했다. 슬로건은 도덕과 추상으로 점철돼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브렉시트 선동자들은 “영국을 다시 예전으로”였다. 메시지는 공격적이다. 국가의 생존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내용은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여가부 폐지”라는 한 줄 메시지로 재미를 봤다. “자유민주주의 파괴세력”을 자주 언급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정확하고 포용적인 메시지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장기 예측으로 마무리해보자. 포퓰리즘은 중장기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포퓰리즘 정권은 15년 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0% 떨어뜨린다. 주목할 것은 1990년 이전은 좌파 포퓰리즘이 이런 결과를 견인했다면 최근엔 우파 포퓰리즘도 같은 해악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제도는 물론 공정선거, 언론자유, 사법부 독립성이 침식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때 입만 열면 외쳤던 ‘베네수엘라 좌파 포퓰리즘’의 우파 버전이 탄생하고 있다. 한국의 우파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자신이 인기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 또는 자신이 인기가 없는 것은 ‘언론의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다시 정의돼야 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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