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법 시행 1년8개월 넘었지만 10건 중 7건 ‘수사 중’
평균 처리기간 216일…입건된 408건 중 검찰 송치 80건뿐
원인 규명·재발방지 위한 내년 감독 역량 강화 예산 ‘반토막’
김영진 의원 “수사 지연에도 관련 예산 삭감은 심각한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8개월이 넘었지만 중대재해 사건 10건 중 7건가량은 여전히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약 216일로 매우 지지부진하게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이처럼 더디게 처리되는 상황에서도 관련 예산은 반토막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중대재해법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22년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입건된 408건의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중 68.4%인 279건이 여전히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송치는 80건, 내사종결은 49건에 그쳤다.
2022년 입건된 사건은 242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50.0%)인 121건이 아직 수사 중이었다. 2023년 1월부터 8월 말까지는 166건이 입건돼 158건(95.2%)이 수사 중이었다. 2023년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건뿐이었다.
8월 말 현재까지 처리된 사건 129건(송치+내사종결)의 평균 처리기간은 215.9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근로감독관의 임금체불 등 사건 처리기간인 2개월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긴 처리기간은 477일이었고 최단 처리기간은 37일이었다.
고용노동부는 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도 소극적이었다. 2022년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관련 구속영장은 6건이 신청돼 1건만 발부됐다. 압수수색 영장은 전체 사건의 10분의 1가량인 43건이 신청돼 39건이 발부됐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원인을 찾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 역량강화 예산은 오히려 절반 이하로 삭감됐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2023년 46억2900만원이던 산업안전감독 역량강화 예산은 내년 22억8200만원으로 50.7%가 줄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디지털증거분석실 설치·확장공사, 조사실 설치 및 홈페이지 구축, 포렌식 장비 도입 등 시설·장비가 마련돼 예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처음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2024년 예산안은 43억7800만원이었다. 노동부는 최초 요구안에서 세부적으로 어떤 항목이 삭감됐는지를 묻는 김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부처 간 협의 자료 및 내부 검토자료를 포함하고 있어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중대재해 사건의 수사기간이 길어지는데도 관련 예산을 줄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중대재해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확실히 규명하고 향후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부의 신속한 수사는 물론 신속한 수사를 뒷받침할 근로감독관들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