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가렛 수녀(맨 오른쪽)이 한센인의 손을 만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록도성당 제공.
소록도에서 43년 간 봉사했던 간호사 마가렛 피사렉씨가 선종했다. 향년 88세.
천주교광주대교구의 김연준 신부가 마가렛 간호사의 사망 소식을 30일 전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넘어져 대퇴부가 골절돼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자란 고인은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1962년 전남 고흥 소록도에 왔다. 그는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함께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수십년 간 한센인을 돌봤다. 맨손으로 한센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들과 먹고 마시며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됐다.
20대에 소록도에 온 고인은 동네 한센인들에게 ‘할매’로 불리는 70대가 된 뒤 홀연히 한국을 떠났다. 2005년 11월 “소임을 다했다”는 말을 남기고서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제대로 일할 수 없고 있는 곳에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을 실천할 때”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정부는 보수도 받지 않고 오랜 기간 한센인들의 간호에 헌신한 피사렉과 스퇴거 간호사에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이들이 머물렀던 사택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법무부로부터 명예국민증도 받았다.
두 사람이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당시 소록도성당의 보좌신부였던 김연준 신부는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제작에 힘쓰고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추진하는 등 두 간호사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도 설립했다.
김연준 신부는 연합뉴스에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사진이 명절 인사를 위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가 고인의 부음을 접했다”며 “고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사회를 위해 시신을 대학에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고 하셔서 장례 절차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