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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지식 장사꾼인가

입력 2023.10.03 20:33

수정 2023.10.0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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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대학이 대다수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8개국 15개 도시에서 215만명이 반대 서명하고 대응을 촉구할 때도 한국의 대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국 사회가 ‘죽은 지식인의 사회’라 한다. 지식인은 누구이며,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 폴 사르트르를 다시 불러본다. 그가 본 지식인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중간자적 위치다. 지배계급은 지배와 통제를 위해 효율적 수단을 개발할 중간자의 지식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국가 권력에 봉사하고, 체제 옹호자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이 즐비한 곳이 교수 사회다. 지식을 무기 삼는 그들은 특권 의식이 강하고, 지배계급에 가깝다. 교수들은 왜 지식인 위치에서 멀어졌을까?

체제 옹호자의 지식 품팔이에서 벗어나 사회적 모순을 깨닫고, 피지배 계급의 고통을 실천적 운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된다. 사르트르가 본 지식인의 의무는 지배계급의 착취를 폭로하고,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지식인은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부정과 부패를 질타하고, 인권탄압과 환경위기에 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박노자는 인성을 황폐화하는 사회 정치적 구조에서 환경과 인간을 더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탐색하는 사람을 지식인으로 보았다. 노엄 촘스키는 정부의 허위를 폭로하고, 문제점과 감춰진 의도를 분석하는 이들이 지식인이며,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을 지식인의 도덕적 과제로 보았다. 한국의 교수 집단에서 이런 지식인을 찾기 어려워졌다. 왜일까?

이름난 대학을 나와야 교수 집단으로의 편입이 쉽다. 2022년 서울대 신입생의 64.6%가 수도권 고교 졸업자이며, 이 중 강남과 서초구 출신 학생 비율은 서울대의 10.4%, 서울지역 전체 신입생의 28.8%를 차지한다.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못하면서 지식층의 생산은 가진 계급에 치우쳐 기형적으로 성장한다. 이들이 교수가 되는 경우 피지배계층의 고충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사회를 개혁할 의지는 크지 않다. 사회불만이 별로 없는 계층 사람들이니, 피지배계층의 문제가 내 문제로 쉽게 흡수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만 그 존재가 도드라지는 폴리페서는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교수를 지칭한다. 대선 5년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국정에 펼치려는 정도전이 아니라 권력과 명예만을 탐하는 불나방일 뿐이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자의 캠프에만 득실거린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한국처럼 장차관의 고위직을 단번에 꿰차는 경우도 드물다. 권력 로또에 대한 기대가 그들을 지식인이 아닌 장사꾼으로 만든다.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마지막 강연은 지식인으로서 작가의 위치를 조명한다. 작가는 자기 체험이라는 특수성을 통해, 세상의 보편성을 글쓰기로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정보전달을 위한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지식 전문가와는 달리 작가는 소통 불가능한 것의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전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기관으로 올해 연간 예산은 9조7000억원 규모다.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는 이 기관이 정한 학술지에 연구 결과가 실리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학술지에 실린 많은 글은 그들만의 언어로 포장돼 있다.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대중과 소통해 대중에게 진보적 세계관을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면 교수 아닌 작가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치·경제·언론 권력 모두에 지식 장사꾼이 몰려 있다. 교수가 진정한 지식인으로 돌아오려면, 문제를 짚어내는 날카로운 눈과 애정 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심장을 지녀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식인의 요람이 대학이라면 말이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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