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받은 안산FC, 징계 규정조차 없는 연맹…이대로는 ‘비리 근절’ 요원

김세훈 기자

⑨ 강력한 양형 기준 절실

[축구판 블랙 커넥션] 뇌물 받은 안산FC, 징계 규정조차 없는 연맹…이대로는 ‘비리 근절’ 요원

선수 영입과 관련해 지도자, 구단 고위층이 사실상 담합한 ‘조직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 프로축구단 전 감독, 전 직원을 프로축구연맹이 징계할 수 있을까. 사실상 할 수 없다. 굳이 해도 솜방망이 처벌만 가능하다.

연맹 상벌 규정에 있는 ‘프로 계약 위반’ 양형기준에는 선수 영입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감독·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이 아예 없다. 구단이 금품을 ‘제공한’ 경우에는 양형기준이 있지만 금품을 ‘수수한’ 데 대한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즉, 선수를 영입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도 연맹은 구단과 해당자를 처벌할 수 없다.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수 있는 ‘K리그 비방, 명예 실추 행위’에 대한 양형기준은 약하기 이를 데 없다. 팀에 대해서는 500만원 이상 제재금, 개인에 대해서는 6개월 이상 자격정지 및 출장정지, 5~10경기 출장정지, 500만원 이상 제재금이 전부다. 억지로 이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경징계만 내릴 수 있다.

수정이 불가피한 규정은 또 있다. ‘기타 클럽 운영자 등 임원 및 구단 직원의 비위 사실에 대한 징계는 구단에 대한 징계로 갈음한다’는 규정이다. 비위를 저지른 임직원은 구단만 처벌할 수 있고 연맹은 손을 대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연맹이 구단을 강하게 징계할 수 있는 양형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구단에는 솜방망이 징계만 내리고 개인 비리는 구단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프로축구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연맹이 스스로 저버린 꼴이다. 프로축구계 관계자는 “승부조작, 심판매수, 스카우트 비리, 불법 토토 등이 계속 발생하는 데는 연맹의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 면피식 행정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사법처리 중인 사건을 접할 때마다 “사법적 최종 판결이 나와야 연맹도 처벌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책임 회피성 발언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재판이 끝나려면 3년 안팎이 걸린다. 오랜 시간 뒤 구단에 때늦은 징계를 내린다면 구단은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집행부 과오로 현 구단을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맞설 게 뻔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 영입 등에서 FIFA 규정을 위반할 경우, 구단에도 신입 선수 계약 금지 등 무거운 징계를 내린다. 유럽 축구도 재정 건전화 위반, 승부조작, 스카우트 비리 등이 발생하면 강등, 승점 삭감, 대회 출전 금지, 신입 선수 영입 금지, 출전 중인 대회 중도 탈락 등 강력한 징계를 부과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안산 사태가 몇달간 벌어져도 연맹이 취한 조치가 거의 없다”며 “지금이라도 연맹은 안산 구단, 기소된 지도자·직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고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양형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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