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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수와 김현우의 씁쓸한 퇴장

입력 2023.10.04 13:37

류한수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kg급 8강에서 이란 다니알 소라비에게 기술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한수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kg급 8강에서 이란 다니알 소라비에게 기술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목이 없습니다.”

이젠 패배의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매트를 떠나는 뒷 모습에선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 대신 한계에 다다른 이의 체념이 느껴졌다.

한국 레슬링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류한수와 김현우(이상 35·삼성생명)의 씁쓸한 퇴장이었다.

류한수는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 8강에서 이란의 다니알 소라비에게 0-9, 1피리어드 테크니컬폴 패로 무릎을 꿇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9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다.

2014 인천 대회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꿈꿨던 베테랑의 도전이 물거품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김현우 | 연합뉴스

김현우 | 연합뉴스

한국 레슬링 역대 세 번째 그랜드 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한 김현우도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1라운드 16강에서 이란의 아민 카비야니네자드에게 3-9로 졌다.

두 선수는 모두 자신에게 승리한 이들이 결승에 올라야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류한수는 취재진과 만나 “면목이 없다. 선배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했고, 김현우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많이 아쉽다”고 고개를 숙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라고 외쳐던 두 베테랑이 원치 않았던 결과였다. 사실 두 선수도 마지막을 언급한 지는 오래 됐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노 메달의 수모를 겪었던 도쿄 올림픽에선 세계 무대와 격차를 확인하면서 “후배들에게 맡기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랬던 류한수와 김현우가 은퇴 대신 항저우 아시안게임 도전을 선택한 것은 지난해 가정을 이루면서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안기겠다는 포부였다. 한국 레슬링에선 여전히 두 선수의 적수가 없다보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노련미로 태극마크를 따냈다.

아쉽게도 그 노련미가 항저우에선 통하지 않았다. 레슬링의 전통 강자인 이란이 내놓은 젊은 피들의 압도적인 힘에 힘없이 무너졌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레슬링에서 기술로 정상에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레슬러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부상의 흔적도 발목을 잡았다. 류한수는 양 쪽 어깨에 문제가 있었고, 김현우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다친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김현우는 “오늘 아침에도 진통 주사를 맞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동갑내기 레슬러들이 내년 파리 올림픽을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여전히 매트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우리 레슬링의 현주소일지 모른다. 김현우는 “일단 좀 쉬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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