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해명 들통 땐 “착각” 말 바꾸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넥서스투자라는 데서 상임고문으로 근무한 적 있나.”(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근무는 안 했다. 상임고문이라는 자리는 없다.”(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 중구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 넥서스 상임고문이라고 돼 있다.”(김한규 의원)
“제 착각인 듯하다.”(김행 후보자)
당당하던 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명이 무력화되는 과거 자신의 칼럼과 자료들이 제시되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파킹‘,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 배임, 주가조작, 일감 특혜, ‘강간 출산 관용’ 발언 등의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 그동안 내놓은 해명을 반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던 김 후보자의 공언과 달리 자료 제출이 미흡하고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2013년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과정에서 주식 파킹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시누이는 직계 존비속이 아니라 (시누이에 넘긴 것은) 괜찮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시누이는 결국 남편의 가족이지 않나. 이건 명의신탁으로 볼 수 있다”며 “주식 매각 절차나 방법이 적절했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워 주식이 팔리지 않았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 장관에 임명 후 소셜뉴스 주식 처분 여부에 대해 “백지신탁 여부는 백지신탁에 대한 결과가 내려지면 그것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본인과 배우자, 딸의 소셜뉴스 주식을 공훈의 전 공동대표에게 팔았다는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거짓말한 적이 없다. 그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장 의원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위키트리를 떠나 있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복귀는 2018년 7, 8월경이지만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서 상당한 기간 동안 제가 회사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공동창업자로부터 소셜뉴스와 소셜홀딩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퇴직금과 고문료를 공동창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정산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등 회삿돈을 지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법원 판결문 속 약정서를 근거로 “보통 자산이라는 것을 취득하면 자본과 부채가 함께 껴 있는데 자산을 인수하면 부채도 인수를 한 사람의 몫이지 않나”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저는 부채를 인수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같은 질의에 “정말 아니다. 고발하시죠”라고 부인하면서도 특별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양이 의원은 “증거를 제시해야지 주장만 하면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우회상장 및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관련 회사들의 이사로 있었다는 비판에 대해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다”며 “범죄와 관련된 사람이 저와 단 티끌만큼이라도 관련돼 있다면 제가 참고인 조사라도 받았을 것이다. 의원님이 절 고발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와의 친분이 장관 인선 배경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진위를 묻자 “언론, 정당, 정치권에서 40여 년 활동했는데 어떻게 여사가 저를 ‘픽업’해서 여기 갖다 놨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또 자신이 창업한 위키트리가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와 다수의 전시회를 공동 주최·주관한 것이 “공생 관계”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배우자를 그런 식으로 모욕하지 마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사가 의사진행 문제를 두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창업하고 부회장으로 있는 위키트리 운영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그게 언론의 현실”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위키트리에서 작성한 성희롱성, 2차 가해 기사들의 제목을 열거한 뒤 “김 후보자는 이런 기사들로 돈을 벌었다. 혐오 장사로 주가를 79배 급등시켜서 100억원대 주식 재벌이 됐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저도 부끄럽다”면서도 “부회장이 직접 기사를 안 보지만 이게 지금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오전 질의 후 제보가 왔는데 ‘김 후보자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고 페이스북 중심의 자극적 보도가 심각했다. (위키트리) 옴부즈맨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필리핀 사례를 제시하며 “강간을 당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톨러런스(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실명으로 특정 정치인의 불륜설을 언급하며 “누구나 이런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발언이 가짜뉴스라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불륜설을 거론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성폭행 당해도 아이를 낳으면 관용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식이든 이왕 낳게 된 아이를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베이비박스에 버리고 화장실에 버리고, 산에다가 묻고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고) 미실종 아동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제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딸에 대한 자료가 부실한 데 대해 “저희 딸은 출가했다”고 선을 그었다. 양이의원이 소셜뉴스와 소셜홀딩스 동업계약서와 근로계약서를 요청하자 “동업을 할 때 계약서가 있나. 임원들은 근로계약서가 없다”고 말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회사 가치를 79배 키운 성공한 사업가라고 했는데 쭉 내용을 보니 성공한 코인쟁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후보자의 코인 지갑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후보자는 “지금 갖고 있지 않다. 저희가 받은 자료만 제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한준호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인사청문회 정말 처음 해 봤다”며 “김현숙 장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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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의사진행에 대해 항의하며 김 후보자를 옹호했다. 청문회 일정 단독 의결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개의 시간보다 20분 늦게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가위원장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과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께서 분명히 의혹을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인사청문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손팻말을 활용한 김 후보자의 발언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영상을 활용해 질의하는 것을 두고 “사전에 허락을 한 건가”라며 “음성 나오는 영상은 안 된다”고 항의했다. 정 의원은 오전 질의 내내 이에 대한 항의를 이어갔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용 의원은 질의 중 김 후보자가 질의에 답변하지 않자 “질의를 안 듣고 계시니까 지금 이것도 답변을 못 하시는 거다. 질의를 좀 들으세요”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이 길어지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너무 장황하게 말씀하지 마시고요”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