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김행 여성가족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세 후보자에 대한 여론 평가는 모두 차갑고 ‘부적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13 개각이 총체적 실패였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김 후보자는 2009년 설립한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를 두고 공직자 백지신탁 제도를 농락한 ‘주식 파킹’(우호적 제3자에게 주식을 맡겼다 재취득), 임금 체불, 경영권 확보에 법인 자금 사용 등 비위가 꼬리를 물고 나왔다. 그때마다 ‘가짜뉴스’라고 강변하더니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엔 사생활, 기업 영업활동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정작 인사청문회에선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고, 임신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인식까지 더해졌다. 이쯤 되면 그는 여가부의 ‘드라마틱 엑시트(극적인 퇴장)’를 추진할 게 아니라 스스로 ‘콰이어트 엑시트(조용한 퇴장)’ 하는 게 맞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MB) 정부 문체부 장관 당시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시종 부인했다. 그가 장관 때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용 무력화’ 문건에서 문체부에 직보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등 블랙리스트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도 공개됐다. 그런데도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뻔뻔한 것인가, ‘허수아비 장관’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인가. 유 후보자의 두 아들은 2015년 당시 31세·27세 때 6억~7억원대 서울 성동구 아파트를 유 후보자 지원으로 대출 없이 매입했다. 유 후보자는 “증여세를 납부했다”면서도 자료 제출은 거부했다. 정당하게 납부했다면 숨길 게 없다는 게 국민 상식이다.
신 후보자는 5·16과 12·12 군사쿠데타 옹호, 친일 역사관 등이 확인됐다. 이런 인사가 민주화 시대에 군을 이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야당 반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자, 6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임명하려는 수순이다.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만 벌써 17명이다.
9·13 개각은 잼버리 파행,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외압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으로 떠밀리듯 한 것이었다. 국정쇄신 기대를 무너뜨린 ‘불통·오기 인사’ 시비부터 일었고, 세 후보자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확장시켰다. 지난달 25~27일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번 개각이 ‘잘못된 인선’ 응답(57.1%)이 ‘잘된 인선’(28.5%)보다 두 배 많았다. 윤 대통령은 이들 지명을 철회하고 ‘MB 정부 시즌2’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폭넓게 구해야 한다. 임명 강행으로 정부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지 말기 바란다.
인사검증 시스템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인사만 했다 하면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법무부 소관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립 당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 말에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 윤 대통령은 인사 라인을 문책하고 검증 시스템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