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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청이 흔드나

입력 2023.10.05 20:36

수정 2023.10.0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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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학교 기숙사에서 물가가 상승한 데다 학생들이 줄어들어 밥값이 오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점심은 학교급식을 먹지만 기숙사의 아침, 저녁밥은 외부업체에서 밥차로 받는데 입맛 무던한 아이마저도 영 부실하다고 말한다. 그나마 이문도 크게 남지 않는 급식 업체를 유치하느라 교사들이 애를 썼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감지덕지하고 있다. 부모로서 안타깝지만 아이에게 학교 급식이라도 든든하게 먹으라 당부 중이다.

학생들이야 학교급식을 12년 동안 먹으니 겹치는 느낌을 받더라도 식단은 학교급식이 다양하다. 집에서는 국을 한 냄비 끓여 몇 끼니를 먹어도 학교급식은 국이나 찌개만 해도 일주일에 다섯 번이 바뀐다. 아울러 학부모들이 급식실을 참관할 때 가장 놀라는 것은 청결함이다. 식재료를 씻어낸 헹굼 물은 너무 깨끗해 그냥 버리기에도 아까울 정도다. 무엇보다 학교급식에는 최고의 식재료를 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각 시·도 교육청 중심의 자치영역이어서 지역별 차이가 있긴 해도 경기도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경기도에는 2022년 기준으로 165만명의 학생들이 있다. 친환경 식재료 전체 사용 비율은 55.5%로, 초등학교가 75.6%, 중학교는 46.4% 정도지만 고등학교는 겨우 12.6% 정도다. 고등학교의 친환경 식재료 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예산이 늘 걸리고, 학교 밖 청소년들도 친환경 무상급식의 대상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고민이 깊어지던 차였다.

학생들만이라도 친환경 농산물을 먹이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기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길러진 근거리의 식재료로 부모의 형편에 구애받지 않는 평등한 한 끼를 마련하겠다는 사회적 의지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생들이 향유해야 할 보편적 권리로, ‘경기학생인권조례’에는 “친환경, 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 식재료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친환경 식재료라 해도 유기농 딱지만 붙인 채 먼 지역에서 온다면 신선도도 떨어지고, 운송 과정에서 기름을 더 쓰게 되니 친환경 급식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근거리 농산물’이라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두고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 조례 23조 제3항 중 “친환경, 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을 “안전하고 건강한”으로 변경하겠다는 입법예고가 나왔다. 경기도 교육청은 ‘친환경’ 개념이 너무 협소해 포괄적인 안전과 건강으로 바꾼다는 이유다. 안전기준만 통과한다면 아주 먼 곳(외국산)의 농산물이더라도 먼 거리에서 기름을 태워 오더라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안전기준만 놓고 보자면 일본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힌 해산물도 안전식품이다. 건강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지금 당장 아프지만 않으면 그뿐이다. 건강은 미래를 바라보고 성장기에 차곡차곡 쌓는 일종의 적금이자 투자다. 하여 세계적으로 안전과 건강한 식재료로 공인받은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 쓰려는 것이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건강이 우선이지만 친환경 농업도 중요하다. 제초제와 살충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사는 땅과 물을 덜 오염시키고 농민과 소비자의 건강도 지킨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안농법이자 권장농법이다. 하지만 2012년 전체 농가의 4.9% 정도가 친환경 농가였으나 지금은 2.3%로 줄었다. 경기도의 친환경 농민들도 2021년 5238명에서 2022년 4835명으로 줄었으니 상황이 좋지 않다. 그나마 학교급식을 통해 친환경 농업이 버텼고, 학생들만이라도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먹이고자 했던 것인데 이마저도 교육청이 흔들려 하고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 교사들이 목숨을 스스로 내린 참담한 시절에 학부모로 살아가는 일이 죄인 같아 학교 일을 입에 올리기 두렵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친환경 농산물로 점심 한 끼 먹이는 일과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무슨 상관인지 경기도 학부모가 묻는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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