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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제조업 소멸에 대응하려면

입력 2023.10.05 22:07

수정 2023.10.0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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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런던·도쿄에선 ‘전략 산업’으로 다양한 지원…“고부가가치 맞춤형 신산업 육성 필요”

을지로·청계천, 문래동 등 서울 도심의 제조업이 소멸되는 모습은 뉴욕·런던·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들이 2000년 이후 도심 제조업을 필수 경쟁력으로 보고 힘을 쏟는 것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도시형 제조업은 비중이 작더라도 고부가가치 산업군을 창출하는 만큼 관련 생태계 마련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대부분은 도시에서 제조업을 외곽으로 이전했지만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량 증가 등 환경 문제가 심화됐다”며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과의 지속 가능성 제고, 도시 양극화 극복 수단으로 도시형 제조업 육성정책이 다시 도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제조업이 도시경제의 서비스 부문을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의 경우 2016년 도심의 한 제조단지를 ‘전략산업입지’로 지정해 복합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 뉴욕시는 브루클린에 ‘산업비즈니스지구’를 설정해 이곳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시 오타구에는 마치코바(도시의 작은 공장) 집적지가 있다. 오타구는 제조업체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제조업이 쇠락할 경우 당장 관련 연구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연구나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제작하는 기술장인들이 연구소에 상주하는 해외 대학과 달리 국내 대학 및 기업 연구소들은 주로 도심 공장에서 장비를 주문제작해왔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만 필요한 장비들이 있는데, 해외와 달리 자체 제작 시스템이 없다 보니 도심 제조업이 사라지면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제조업의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덜란드의 시각디자이너 윱 브라우어(36)는 지난 8월 서울 문래동을 찾아 자신의 그림을 3차원 아크릴로 만드는 작업을 의뢰했다. 그는 “작업 시간이 2시간인 데 비해 결과물은 아주 좋았다”며 “개방적이고 도시 접근성이 좋은 서울의 제조산업이 사라진다면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100% 을지로·청계천 기술로 만든 개인 인공위성을 2013년 지구궤도로 발사했던 송호준 작가(45)도 “미국 뉴욕이나 이탈리아 밀라노는 도시 밖으로 쫓아냈던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도심 제조업 전반이 침체 일로인 상황에서 도시 상업기능과 결부해 제조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은 집적지의 산업 구성이 다양화되는 추세에 따라 의류·금속·인쇄 등 기존 업종에 치중하기보다는 고부가가치 맞춤형 수요를 겨냥한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다양한 제품을 주문생산할 수 있고, 특히 다품종을 소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도심 제조업 장점”이라며 “도심 제조산업은 상업지역과 어우러져 존재할 수 있어 영국·미국 등도 도시를 산업과 상업의 융복합지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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