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무르 카파제 우즈베키스탄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우즈베키스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준결승에서 한국에 1-2로 패배해 홍콩과 동메달 결정전이 확정된 지난 4일 기자회견장에선 우즈베키스탄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우리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남아있을까요? 홍콩은 동메달이라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첫 정상 도전이 무산된 것을 걱정하는 의미와 함께 또 다시 만난 홍콩에 대한 부담감이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우즈베키스탄이 이번 대회에서만 홍콩과 세 번째 맞대결을 벌이는데, 말도 안 되는 행운이 따르고 있어서다.
국제 대회에서 한 팀을 두 번 만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상대와 토너먼트에서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과 홍콩처럼 세 번의 만남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약체로 분류되는 홍콩을 따라다니는 세 번의 행운 덕분이었다.
조별리그 통과부터 행운 그 자체였다. 원래 홍콩은 C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 한 조였다.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했는데,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가 갑자기 대회에 불참해 첫 경기도 치르기도 전에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16강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맞붙어 0-1과 1-2로 패배했지만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결과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홍콩은 본선에서도 잇딴 행운이 따랐다. 보통 2위로 올라온 팀은 1위로 올라온 강팀과 만나는데, 홍콩의 상대는 D조 2위 팔레스타인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각 조의 1~2위 뿐만 아니라 3위로 올라온 상위 4팀도 16강에 오르는 덕에 가능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은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없이 1무1패를 거두고도 득실차에서 카타르에 앞섰던 2위로 오른 약체. 홍콩이 팔레스타인을 1-0으로 꺾을 수 있었다.
홍콩이 이란을 1-0으로 꺾은 8강전에선 상대가 주전 공격수인 모하메드 암리(페르세폴리스)를 포함해 3명의 선수가 결장했다. 교체 선수는 골키퍼를 포함해 6명. 현지 언론에선 이란축구협회가 홍콩전 낙승을 자신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소속팀들의 요청에 따라 잠시 현지로 돌려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실제로 암리는 3일 알두하일과 ACL E조 2차전에 교체로 출전한 것이 확인됐다. 덕분에 홍콩은 사상 첫 4강 진출의 꿈을 이뤘다.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선 혹시 홍콩이 또 한 번의 운이 따를지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우즈베키스탄이 한국에 1-2 패배한 뒤 압두라우프 부리예프의 퇴장에 불만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조별리그에서 홍콩을 만나 0-1로 패배한 아픔도 있다. 그 이후 아시안게임마다 만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이 이번 대회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공교롭게도 홍콩의 사령탑은 인천 유나이티드(2018~2019년)를 지휘했던 욘 안데르센 감독, 우즈베키스탄 사령탑은 2011년 인천에서 선수로 뛰었던 티무르 카파제라는 인연도 있다.
카파제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7일 홍콩과 동메달 결정전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세 번째 맞대결에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