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반짝 감소했던 위·변조여권 적발 건수가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가짜 이름과 사진 등이 쓰인 위조 여권.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1. 미국에 체류 중인 A씨는 지난 1월 여권 재발급을 위해 재외공관에 방문했다. 재발급 신청서를 제출한 A씨에게 재외공관 직원은 황당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미 신원미상의 누군가가 A씨의 이름으로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외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경찰에 요청한 상태다.
#2. 일본에서 불법체류자로 생활하다 추방된 B씨는 일본으로의 재입국이 불가능해지자 한국으로 돌아와 브로커를 통해 위조 여권을 구입했다. 다른 사람의 여권에 B씨의 사진을 합성한 위조 여권이었다. 이 여권을 들고 지난 4월 일본으로 재입국을 시도하던 B씨는 결국 당국에 적발돼 처벌을 면치 못하게 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감소했던 위·변조 여권 적발 건수가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6년간 국내 위조 여권 등 여권법 위반 건수와 검거 인원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7건 적발(44명 검거), 2019년 26건(53명), 2020년 37건(6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여권법 위반자는 2021년 8건(9명)로 한 자릿수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출입국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권법 위반 범죄도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법 위반 적발건수가 17건(21명 검거)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까지 13건(15명) 검거됐다.
경찰청 ‘국내 위조 여권 등 여권법 위반 현황’ 통계(위)와 법무부 ‘연도별 위·변조 여권 적발 유형별 분류 현황’ 통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 등)의 통계도 비슷한 오름세를 보였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입국 혹은 출국을 위해 위·변조된 여권을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를 집계한 법무부 ‘연도별 위·변조 여권 적발 유형별 분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위·변조 여권을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총 1446건으로 나타났다. 2020년 409건에서 2021년 267건으로 약 65% 감소했다가, 지난해 381건, 지난 8월 말 기준 38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적발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67%(972건)가 타인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가짜 이름을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여권 위조 제작 11.3%(163건), 타인 여권 도용 8.4%(121건), 타인 사진·가짜 사진 사용 3.5%(51건), 여권 기재 내용 변조 1.5%(21건) 순이었다.
김상희 의원은 “가짜 이름과 가짜 사진을 사용해 만든 위조 여권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고 범죄자의 도피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법무부와 경찰 등 수사 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하여 여권 위조를 막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