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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중 ‘삼극 핵 체제’, 더 요원해진 핵군축 논의

시진핑 만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국 상원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만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국 상원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핵무력 증강 가속에
미 “심각한 안보 우려” 표명
러시아 이은 불안요인 간주

전략적 안정성 논의 전무 속
내달 미·중 정상 회동 주목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중국의 신속하고 전례 없는 핵무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공개 표명했다. 래트너 차관보는 “중국 핵전력의 급속한 확장과 현대화, 다양화는 투명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이를 우리와 논의하기 위한 군사 당국 간 소통 유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군 현대화’를 내세워 핵무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심각한 안보 위협이자 국제 정세의 불안요인으로 간주해왔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2022 중국 군사·안보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속도로 핵 확장을 계속할 경우 2035년에는 핵탄두 1500기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각각 5000여기)에는 못 미치는 규모이지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추정하고 있는 중국의 2023년 기준 핵탄두 보유량 410기와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중국의 ‘핵 팽창’ 속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이자 “추격하는 도전”(2022 국가안보전략)으로 규정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전력을 갖추게 될 경우 미국은 두 핵보유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지난해 나온 핵태세검토보고서(NPR)도 이를 지적했다. “2030년대에 이르면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주요 핵보유국을 전략적 경쟁자이자 잠재적 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안정성에 긴장을 초래하고 핵 억지와 보장, 군축, 위험 감소와 관련해 새로운 도전을 제기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왁 국제안보연구소장은 “냉전에서 유래한 미국과 소련 간 핵 양극 체제가 삼극 핵 질서로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상반기 펴낸 연구보고서 ‘삼극 불안정성(Tripolar Instability)’에서다. ‘미국·러시아·중국의 핵 경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보고서는 핵 군비 경쟁을 벌였던 미·러에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봤다. 다만 냉전 시기처럼 세 나라 간 세력균형이 출현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삼극 체제’라고 단정하기보다 ‘진행 중인 삼극 체제’라고 설명했다. 리트왁 소장은 “한 나라의 행위가 다른 두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식의, 지정학적 전략상 상호작용의 삼각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한 후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아시아 역내에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현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 역시 “김씨 가문 지배 체제를 존속시키기 위해 중·러에 동조해 미국 주도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에 맞서고 있다”고 리트왁 소장은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세 나라 간에 핵 등 전략무기로 인한 위협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안정성’ 논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미·러 간 유일하게 남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은 러시아의 이행 거부, 미국의 정보 제공 중단으로 유명무실해졌다. 뉴스타트 만료 시점인 2026년 전에 중국까지 포함한 핵무기 통제 협정을 만들려던 구상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며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리트왁 소장은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에 “중국은 미국의 의도에 의심을 품었다. 시 주석은 미국이 핵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보고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양국이 억제 등 전략적 개념이나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중 군사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인 핵 군축 논의 시작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군사 당국 대화 재개 계기도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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