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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교사들의 고민···“문제풀이 기계를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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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현직 교사들의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린 지난 7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한 현직 교사의 노트에 교사들의 애로사항이 적혀 있다. 권도현 기자

강남 교사들의 고민···“문제풀이 기계를 만드는 것 같아요”

입력 2023.10.10 07:02

수정 2023.10.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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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몰리다: ‘창의적 교육’과 입시 사이에서

입시 압도 현실서 지식 ‘전달’ 위주 교육 강요

“선행한 학생들 정작 제 학년 학습 못 따라와”

혁신학교 등 새로운 교육도 설 자리 좁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현직 교사들의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린 지난 7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한 현직 교사의 노트에 교사들의 애로사항이 적혀 있다. 권도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현직 교사들의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린 지난 7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한 현직 교사의 노트에 교사들의 애로사항이 적혀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강남은 학생·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남다른 만큼 경쟁도 치열한 곳이다. 강남 지역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교육청 연수에서는 ‘활동 중심 교육을 하라’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거든요. 최근 10년간 배출된 교사들은 그런 수업을 꽤 하는데, 그나마 중학교는 먹혀요. 근데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도 반발하고 학부모 이의제기도 이어지죠. 중학생들도 ‘진도는 언제 빼냐’고 해요. 이런 수업에서 배우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강남 지역 중학교에 근무하는 김자영 교사는 정부가 표방하는 공교육의 지향점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이렇게 토로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학원 문제집을 풀고 교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은 최근 등장한 풍경은 아니다. 이런 풍조에 맞서 공교육 스스로 변화하려는 시도와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입시가 압도하는 현실에서 교사들은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받게 된다고 말했다.

‘사교육 1번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지난달 24일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사진 크게보기

‘사교육 1번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지난달 24일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 교사는 “학교 수업과 교육과정 평가가 일체화돼 있어야 제대로 굴러가는데 안 맞는 바퀴를 끼워놓고 굴리려고 하니 삐걱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는 ‘함께 토의하자’ ‘찍어온 사진을 토대로 이야기해보자’는 활동·탐구 중심 질문들이 실려 있지만 교사들이 달성해야 하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지식 ‘전달’ 위주라는 것이다.

김 교사는 선행학습을 받는 학생들이 늘고 시기도 빨라졌지만 학습능력이 높아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고 했다. “선행 3~5년을 뗀 아이들이 정작 자기 학년 학습은 못 따라오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제풀이 기계를 만든 것 같아요. 다른 학교 선생님들도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지점이죠.”

강남 지역 중·고교에서 15년간 근무한 최민재 교사도 ‘교실 붕괴’를 여실히 느낀다고 했다. “고3 출석부를 보면 시커메요. 수시·정시 준비로 결석하거나 조퇴한 학생들이 많아서죠. 3학년이 되면 최소출석 일수만 학교에 나오고 학원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최 교사는 자신이 수능 1세대라면서 “딱 30년 됐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2학기 출결 상황을 기록한 출석부. 까맣게 표시된 부분이 결석·조퇴·지각 등이다. 수시·정시 준비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수인 현상이 이어진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독자 제공 사진 크게보기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2학기 출결 상황을 기록한 출석부. 까맣게 표시된 부분이 결석·조퇴·지각 등이다. 수시·정시 준비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수인 현상이 이어진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독자 제공

강남은 ‘대안적 교육’ 시도에 대한 반발이 심한 곳이기도 하다. 혁신학교는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참여형 교육’을 지향한다. 교육과정 일부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체험·탐구·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을 펼칠 수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강남구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는 “선생님들과 교원학습 공동체를 만들어서 수업 혁신을 위한 탐색 활동을 한다”면서 “업무 지원팀 등을 둬서 행정업무가 경감돼 교사들이 수업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강남3구에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19곳이 있다. 초등학교 15곳, 중학교 4곳이며 고등학교는 한 곳도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교육’을 상상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혁신학교를 연구해 온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입시 경향과 혁신학교 교육이 배치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도시, 고등학교에 맞는 혁신학교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상의하지 않아 과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사진 크게보기

혁신학교를 연구해 온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입시 경향과 혁신학교 교육이 배치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도시, 고등학교에 맞는 혁신학교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상의하지 않아 과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018~2019년 강남·송파·광진 일대에서는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혁신학교 확대에 부정적인 학부모 여론은 다른 지역도 있었지만 강남 지역이 유독 심하고 조직적이었다.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대입에 불리해진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기초미달 비율이 각각 3.6%, 4.5%였는데 혁신학교는 5.0%, 11.9%로 훨씬 높았다는 통계를 내세웠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실상은 혁신학교가 있는 지역의 소득 분포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반학교와의 학력 차이의 주요 원인을 혁신학교의 수업 운영 방식보다는 지역 소득 격차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혁신학교를 다닌 학생들의 성적 향상률이 높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8년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표본으로 선정한 혁신학교 학생들의 초기 점수는 국·영·수 모두 비교 대상인 일반학교보다 낮았다. 하지만 초6·중3·고2 시점에서 측정했을 때 성적 향상률은 일반학교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지난 8월21일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각자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사진 크게보기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지난 8월21일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각자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학생들이 사교육과 입시에 포위된 상황은 혁신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강남의 다른 초등학교 B교사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보다 안정적이고 풍성하게 이뤄지려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럴 만한 여유를 학생들에게 주지 않아 저희가 하는 건 반쪽짜리”라고 털어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역량 중심의 학력관, 공감 능력과 실천성 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 미래 교육의 방향인데 ‘특목고와 좋은 대학에 가려면 오지선다형의 방식에 맞춰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는 불안감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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