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장시경 모반사건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장시경 모반사건

입력 2023.10.11 20:48

수정 2023.10.12 13:37

펼치기/접기

1800년 음력 6월, 정조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영남을 좌절에 빠뜨렸다. 1792년 윤4월 영남은 만명 이상이 연명한 사도세자 신원 상소를 올렸고, 그 이후 6년여 만에 영남은 중앙 정계에서 일정 정도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고 있었다. 근 100여년 만에 영남을 향한 왕의 따뜻한 시선을 체감하고 있었지만, 다시 노론 벽파가 자기 정권을 강화하는 과정을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슬픔을 빌미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지만, 불안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러던 음력 8월24일, 영남을 절망에 빠뜨린 소문이 퍼졌다. 인동부(지금의 경북 선산군 인동면 일대)에서 모반이 일어났다는 소문이었다. 주모자는 장시경으로, 17세기 영남 유림을 대표했던 장현광의 후손이었다. 소식에 따르면 장시경 형제는 국상을 빌미로 50여명의 병력을 일으켜 수령을 결박한 후, 병마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인동부 수령이 응하지 않자, 그를 관문 밖에 묶어 두고 상주 진영으로 진군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젊은 선비 류의목은 안 그래도 영남 처지가 바람 앞의 등불 같은데, 이 사태로 인해 영남의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기록했다. 강한 절망의 표현이었다.(류의목, <하와일록>)

그러나 사건의 실체는 소문과 달랐다. 이 사건은 부패한 인동부사 이갑회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국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추석 며칠 전이었던 부친의 생신연을 강행했다. 조용하게 생신연을 진행했으면 묻힐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 와중에 풍악을 울리면서 성대하게 생신연을 치렀다. 정조 사망으로 충격에 빠져 있었던 장시경의 부친 장윤혁은 평소 인동부사의 처신을 옳지 않게 보고 있었던 터라, 국상을 핑계로 인동부사의 잔치 초대를 거절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되는 사람은 인동부사였다. 국상 중 풍악을 울리며 잔치를 연 것은 강상을 범하는 죄(유학의 도리를 어긴 죄로, 중죄였다)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이갑회는 권력을 동원해 사태를 모면해야 했다. 추석날 장윤혁의 집 후원에 소머리를 던져놓고 “왕의 장례도 끝나기 전에 소를 도축했다”면서 누명을 씌운 이유였다. 국상 중 소를 잡는 일 역시 강상을 범한 죄였다. 장시경을 비롯한 장씨 일가 사람들은 인동부사에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장씨 문중 장정들과 군졸들이 충돌했다. 이갑회는 이를 빌미로 “이들이 정조가 독살되었다는 설을 믿고 관아를 침범하고 무기와 군량을 탈취해 서울로 진격하려 했다”라는 혐의를 만들어 붙였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무리한 기소였지만, 이 일로 장시경은 천생산으로 도망치다 자살했다.

강상을 강상으로 덮으려 했던 이갑회의 의도와 달리, 일이 커져 버렸다. 결국 그는 경상감사 김이영에게 장씨 형제들을 모반으로 보고했고, 경상감사 역시 이를 받아 그대로 조정에 보고했다. 그런데 이 일은 실제 사안과 상관없이 영남을 탄압하고 정권을 강화하려는 노론 벽파 입장에선 호재 중 호재였다. 이서구를 조사관으로 내려보내 모반 사건으로 결론짓고, 연루된 사람들을 처벌했다. 그리고 인동을 도호부에서 현으로 강등시켰다. 류의목이 소문으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었던 장시경 모반 사건의 실체였다.

이 사건은 정조 사망을 기회로 영남에서 역모를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돼 영남을 압박하는 빌미가 되었다. 사건을 조작해야 하는 부패한 관료와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당파에 도움만 되면 이를 활용하기 바빴던 노론 벽파의 공모가 만든 사건이었다. 1861년 사건 자료만으로도 장시경에 대한 신원이 이루어질 정도로 명백한 사건이었지만, 노론 벽파는 눈을 감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그 피해는 억울하게 처벌받은 백성들의 몫으로 돌려버렸다. 이렇듯 백성을 대하는 권력이 부패하고,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러한 부패마저 이용하는 권력이 존재하는 한, 이는 비단 장시경 모반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