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보고서 ‘MBC 신뢰’ 뺀 언론재단, 권력 앞에 휘는 건가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3’ 원문 보고서 중 한국어판에 누락된 한국 페이지의 일부. 매체별 신뢰도 조사 결과가 명기돼 있다. | 디지털뉴스 리포트 캡처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3’ 원문 보고서 중 한국어판에 누락된 한국 페이지의 일부. 매체별 신뢰도 조사 결과가 명기돼 있다. | 디지털뉴스 리포트 캡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해외 저명 연구기관의 세계 언론 현황 보고서를 번역·출간하면서 MBC가 국내 신뢰도 1위 매체라는 조사 내용을 고의로 누락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12년부터 매년 발행한 ‘디지털뉴스 리포트’를 2016년부터 번역해 온 언론재단 측이 최근 내놓은 올해 한국어판에 한국의 매체 신뢰도 조사결과 항목을 통째로 삭제한 것이다. 원문 보고서에는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뉴스 브랜드는 공영방송 MBC이고, YTN·KBS·SBS·JTBC 순으로 뒤를 이었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경향신문 취재로 확인된 이 사실에 대해 언론재단 측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표본조사 대상에 온라인 참여자만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세계 46개국을 조사해 각국의 뉴스 이용 특성을 비교·분석하는 ‘디지털뉴스 리포트’는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보고서다. 언론재단은 이 글로벌 연구에 한국 측 담당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어판 발간 때 한국의 매체별 신뢰도 현황을 뺀 것은 최근 3년간 없었다. 올해만 느닷없이 못 믿겠다고 한 것이어서 누락 조치의 저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 등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MBC 신뢰도가 지난해 47%에서 올해 58%로 급등한 조사결과 공개를 꺼린 처사라는 지적이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정부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각색했다는 논란에 대해 언론재단은 삭제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언론재단은 지난 5월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개설했다. 정부 방침에 맞춰 발 빠르게 가짜뉴스 판별에 나서겠다고 자임한 것이다. 이런 조치는 보고서 내용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뺀 것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고, 언론 진흥·지원이라는 재단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 자의적 잣대로 가짜뉴스를 가리겠다는 건 언론을 위축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언론재단은 권력의 눈치만 보며 언론 통제에 앞장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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