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재판 참석해 증언
“강래구 지시에 살포용 현금 전달”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며, 본인은 그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 살포용 현금을 전달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23일 주장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경선 당시 실질적으로 송영길 당대표 캠프의 조직본부를 총괄한 건 강 전 감사위원이며, 캠프 조직본부장이던 자신은 강 전 감사위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 전 감사위원이 배후에서 총괄하는 것은 송 후보와도 사전 논의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강 전 감사위원의 지시로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국회의원 제공용 금품을 전달했다면서 그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전당대회 직전 송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캠프 조직본부 핵심관계자들이 참여한 ‘긴급 기획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제공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경쟁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을 뿌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윤 의원이 “저쪽에서는 팍팍 쓰는데 우리도 줘야하지 않겠냐”고 했고, 회의에 참석한 이들도 맞장구를 쳤다는 것이다. 다만 그날 의원들에게 돈을 줄지를 결정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감사위원 간 통화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기획회의가 열린 바로 다음 날 윤 의원에게 의원 제공용 돈을 전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해당 녹취록에에는 강 전 감사위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를 갖고 있다가 윤 의원에게 이따 전달하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부총장은 “현금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처음 돈을 전달한 날인 4월27일엔 비가 내려 검은색 비닐봉투에 현금이 담긴 쇼핑백을 싸서 준 기억도 있다고도 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전달한 현금이 얼마였는지에 이목이 쏠렸다.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씨는 2021년 4월 27~28일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에게 현금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의원은 100만원짜리 봉투 20개로 총 2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터다.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에게 현금을 전달하기 전에 액수를 따로 세보진 않았지만 “살짝 들여다봤을 때 좀 두툼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봉투에 박씨 주장처럼 300만원이 들어있었냐, 윤 의원 주장처럼 100만원이 들어있었냐”고 묻자 이 전 부총장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돈봉투 두께 테스트를 했었는데, 100만원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이 300만원 중) 봉투에서 200만원을 빼내서 (남은) 100만원씩 전달한 게 아니냐”고 묻자 이 전 부총장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면서 “그랬다면 돈을 만든 사람과 받은 사람의 액수가 달라서 난리가 났을 거다. 그런 일 없이 모두 만족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