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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급계약’ 노동자 계속 죽는데…농어촌공사 “직고용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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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급계약’ 노동자 계속 죽는데…농어촌공사 “직고용 어렵다”

‘60대 농수로 감시원 사망’ 이후

새로 수립한 재발 방지 대책에도

개인사업자 이유 도급계약 지속

‘안전 가이드라인’도 실효성 없어

지난 6월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농어촌공사가 도급계약으로 고용된 60대 농수로 수리시설 감시원의 사망 사고 이후에도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인 ‘직접 고용’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농어촌공사로부터 받은 ‘함평 사건 관련 안전관리 개선방안 보고’를 보면,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관리 특성상 근로자와의 사용종속관계를 전제로 공사가 수리시설 감시원에게 지휘·명령을 하며 일률적으로 전국의 농업용수를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월27일 전남 함평에서 수리시설 감시원 A씨(67)가 시간당 71㎜의 폭우 속에서 안전장구도 받지 않은 채 농수로 수문 관리 작업을 하다 물에 휩쓸려 숨졌다. 사고가 난 수로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고 이후 농어촌공사가 수리시설 감시원들과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도급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농어촌공사가 ‘수리시설 감시원은 소속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히며 법적 책임 논란이 일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공사에 부과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됐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관련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6월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엄다면 하천에서 소방특수구조대원이 전날 밤 폭우 피해를 막으려다가 실종된 수리시설 감시원을 찾아 수중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엄다면 하천에서 소방특수구조대원이 전날 밤 폭우 피해를 막으려다가 실종된 수리시설 감시원을 찾아 수중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 측은 “도급계약의 형태는 유지할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며 중대재해법 등 안전관련 처벌에서 회피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감시원들은 나이가 있고 계약업무를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농어촌공사가 하자는 대로 따를 것이기 때문에, 공사에서 솔선수범해 계약 등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공사가 윤 의원실에 제출한 개정 안전관리가이드라인도 기존 대책에서 문구만 바꾼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는 기존 매뉴얼상 ‘급박한 위험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다’는 문구를 ‘활동 중 시설물 붕괴, 급류, 강풍, 기상이변 등 긴박한 위험시 활동 중지 후 대피한다’로 바꿨다.

공사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경우 활동을 금지한다는 ‘활동 금지사항’을 신설하고, 유해독성 물질이 차있는 밀폐공간 출입 시 사전 확인·허가도 뒤늦게 금지했다. ‘안전보호 장비 착용 후 활동’ 문구도 ‘검증된 도구 사용’ ‘구명조끼 착용’ 등을 새로 명시하는 데 그쳤다. 윤 의원실은 “위험 작업에 대한 당연한 조치를 사후약방문으로 신설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엄다면의 함평천·엄다천 합류부 수문 일원에서 소방대원이 전날 밤 폭우 피해를 막으려다가 실종된 수리시설 감시원을 찾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엄다면의 함평천·엄다천 합류부 수문 일원에서 소방대원이 전날 밤 폭우 피해를 막으려다가 실종된 수리시설 감시원을 찾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유족은 “이번 사건은 결국 공사의 재산인 수문의 난간 등 안전시설과 구명조끼 같은 장비가 없어 일어난 사고”라며 “개정안은 도급계약이라는 명목하에 감시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외면하고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고 했다. 최근 3년간 농어촌공사가 도급을 맡기거나 발주한 작업현장에서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유족은 “장마 기간이 다가오면 반드시 공사직원이 감시원과 동행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연 2회 이상 공사직원이 방문해 현장점검하고 결과표를 보관하라”며 “공사는 원인제공을 한 당사자로서 유족에게 공식 사죄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수리시설감시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의 단기처방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특히 고용 형태 개선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은 미뤄두고 고용노동부 처벌을 피하는 것에만 기관의 역량을 쏟고 있어 국민의 비난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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