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면 두달 만의 이호진 수사, ‘광복절 부실 특사’ 아니었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비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 수사대는 지난 24일 이 전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420억원 횡령과 법인세 9억원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이 확정된 이 전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2개월여 만이다. 이 전 회장 개인도 문제지만, 사면심사위원장으로서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심사를 진행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과오가 크다. 이 전 회장 비위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진행했다면 윤 대통령과 국민을 기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전 회장의 새로운 혐의는 자신과 친족이 100% 소유한 골프장 업체의 회원권 판매를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혹은 오래전에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다. 지난 4월17일 경제민주화시민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2016년 6월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 9곳이 당시 경영기획실 주도로 전 계열사 협력업체에 1계좌당 13억원인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 구매를 강요하고, 이를 수락한 협력업체에 장기 계약과 독점 공급 등의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 액수가 1011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면심사위원 중 한 명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이 태광그룹 임원이라는 사실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 주식 누락,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주식 파킹 등 법무부의 부실 검증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사면 심사를 포함해 각종 인사 검증에서 보인 법무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국민의 인내력을 시험하고 있다. 한 장관 등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사면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은 사면 두 달 만에 다시 수사를 받는 이 전 회장이 어떻게 특사 대상에 선정됐는지 경위를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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