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1주기-(2)밝히지 못한 진실

행안부 전직 차관도, 정보관도 “주최 없으면 더 나갔어야”

“주최 없는 행사는 인파 관리 책임 없다”

책임기관의 장들은 참사 초기부터 주장

일선 전·현직 공무원들 “책임 있다” 반박

수사기록 “변수 많아···정보관 더 파견해야”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졌던 현장. 2023.10.23 권도현 기자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졌던 현장. 2023.10.23 권도현 기자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부실 대응한 책임기관의 장들은 참사 초기부터 “주최 없는 행사에는 인파 관리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지휘를 받은 일선의 공무원들은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과거 정부의 고위 관료도 이에 뜻을 같이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검찰·경찰의 수사기록에 등장한 용산경찰서 일선 정보관들과 이명박 정부 고위관료는 “주최 없는 행사라면 오히려 더 나갔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청 이태원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보고서를 보면 특수본은 지난해 11월 용산구청의 책임 소재를 수사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낸 A씨의 의견을 들었다. A씨는 행안부 주요 보직과 광역단체 부시장을 역임했다.

A씨는 용산구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주최 측이 없는 행사라도 지역 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위험요소를 점검해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위험의 사전 예방이 구청의 의무이자 존재 의의다. 안전에 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구청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용산구청이 재난안전관리의 1차적 책임 기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A씨는 “주최 측 요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소극적 행정의 예”라며 “용산구청은 1차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수본은 주최자가 없어 지역축제라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한 사례들을 적시했다. 수사보고서를 보면 수원시는 광교호수공원에 방문객이 많다는 특성을 고려해 2022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했다. 부산광역시 금정구는 2018년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세웠다. 두 경우 모두 주최자가 없고 재난안전법이 정한 지역축제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지자체가 나서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수사보고서. 권도현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수사보고서. 권도현 기자

지난해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인파 위험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서 정보관들도 서울서부지검의 참고인 조사에서 ‘주최 없는 핼러윈을 더 대비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용산서 정보관 B씨는 검사가 ‘김진호(용산서 전 정보과장)는 주최 없는 행사에는 정보관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건 아니다. 기존에 이태원을 담당했던 퇴직 정보관들이 이 사고 이후에 ‘자신들이 더 늦게 퇴직했으면 구청에 연락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했다”면서 “주최가 없는 경우 오히려 제어하는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B씨는 주최 여부에 따라 정보관 파견 여부가 결정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납득이 잘 안 된다”며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정보관을 더 파견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또 다른 용산서 소속 정보관 C씨는 정보과장이 ‘행사 주최 여부에 따라 경력배치 여부가 달라진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그분이 그렇게 생각해서 계속 문제가 된 것”이라며 “주최가 없는 행사가 관리가 안 되니 더 혼잡하고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핼러윈 보름 전 열린 지구촌 축제에 정보관이 파견됐던 이유에 대해 C씨는 “김 과장은 지구촌 축제는 주최가 있었기 때문에 정보관이 파견됐고, 핼러윈은 주최 없어서 파견이 안 된 것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같은 축제고, 같이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이 예상되는데 오히려 주최 없는 핼러윈이 더 위험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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