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상력에 ‘악마의 무기’ 별명…국제법상 사용 엄금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할 때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국제법상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백린탄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군이 지난 10월10일부터 16일까지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를 공습할 때 백린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북부에서 레바논의 헤즈볼라 근거지를 타격하며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앰네스티는 목격자, 부상자 및 병원 의사 등을 인터뷰하고 자체 확보한 영상과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발생시키도록 만들어진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백린탄 불꽃이 몸에 닿으면 살이 뼈까지 타들어가고 백린탄에 노출된 사람들은 호흡기 손상, 장기 부전, 감염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 ‘악마의 비’로 불린다. 백린탄에 입은 화상은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제인도법은 백린탄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백린탄 사용은 특정 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에 따라 규율되나, 이스라엘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백린탄을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3차례 더 사용한 정황이 있지만 당시에는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백린탄 사용은 민간인을 해치는 무차별적 공격이다. 전쟁범죄로 수사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가자지구 내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백린탄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봤지만 검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2008년 가자 전쟁 당시에도 인구 밀집 지역에 백린탄을 발사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