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출마할 새 인물을 발탁하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2일 임명됐다. 직전 사무총장이던 그는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윤 대통령이 김태우 후보의 피선거권을 광복절 특사로 회복시켜주자마자, 이 전 총장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보선 원인 제공자인 김 후보를 공천하는 데 앞장섰다. 선거 참패 후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사임하겠다”고 한 이 전 총장이 20일도 안 돼 인재 영입이라는 중책을 맡아 전면 복귀한 것이다.
이 전 총장 임명으로 내년 총선 공천의 요직을 모두 ‘친윤계’가 차지하게 됐다. 김기현 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이 그 범주다. 국민의힘은 “(이철규 의원은) 총장으로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감안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윤핵관’인 이 전 총장은 지난 8월 “배에 구멍을 내는 승객은 승선 못한다”며 ‘친윤감별사’ 역할을 자임했다. 친윤 인사를 대거 공천하려는 구상이란 의구심이 당내에서부터 움트고 있다.
10·11 강서 보선에서 민심은 ‘용산출장소’라는 오명을 쓴 여당에 수직적인 ‘당·정·대’ 관계를 청산하라고 혹독한 심판을 내렸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대통령과 당대표 일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뒤로 물러섰다. 2일 그의 1호 혁신안인 ‘대사면’은 대상자인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이 동의하지 않아 김이 빠져버렸다.
통합·쇄신 알맹이는 빠진 채 혁신위는 겉으로만 혁신을 외치고, 당 내부는 ‘친윤 독주·회전문’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검사 출신 대통령에 판사 출신 여당 대표, 경찰 출신 사무총장·인재영입위원장·원내대표로 수사·사법기관 출신만의 수직적 관계가 강고하게 구축됐다. 여당은 보선에서 왜 참패했는지, 그 후 어떤 다짐으로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는지 무겁게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