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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의식과 비통함

입력 2023.11.03 20:38

수정 2023.11.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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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베라완(Berawan)족의 장례 풍습은 독특하다. 장례식이 끝나면 시신을 큰 토기나 나무관에 넣는다. 토기를 집 앞 마당에 적어도 1년간 두어서 시신이 천천히 썩도록 한다. 가깝고 먼 친척들이 매일 방문해서 시신을 살피고 만진다. “어르신, 왜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고인에게 묻기도 한다. 담배나 음식을 권하기도 한다. 토기 밑에 연결한 관을 통해서 체액이 흘러나온다. 긴 시간이 지나서 유골만 남으면, 작은 단지에 유골을 담아서 능묘에 안치한다.

베라완족의 장례 의식처럼, 전 세계의 모든 사회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죽었을 때 어떻게 그 시신을 처리할지 규정하는 복잡한 규범이 있다. 심지어 구석기 시대의 조상도 시신을 들짐승의 밥이 되도록 아무렇게 갖다 버리진 않았다. 깊숙이 땅을 파서 시신을 단정히 눕힌 다음, 꽃이나 생전에 고인이 아끼던 물건을 함께 매장했다.

인류학자들은 오늘날 사회마다 시신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다양함을 보고했다. 시신을 씻기고, 만지고, 옮기고, 분해하고, 색칠하고, 불태우고, 쳐다보고, 끌어안고, 옷 입히고, 상자에 넣고, 천으로 싸고, 소금에 절이고, 억지로 먹이고, 방부처리를 하고, 그 앞에서 울고 노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유족이 직접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혀 입관했음이 기록에 남아 있다.

참 이상하다. 왜 대다수 사회의 장례 의식은 유족이 시신과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하도록 엄격하게 명령하는 걸까? 누군가 죽어도 시신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회는 왜 없을까? 진화심리학자 파스칼 보이어는 저서 <종교, 설명하기>에서 시체를 보면 우리의 마음속에서 서로 어긋나는 직관들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지인의 시체를 접하면 그것이 오염물질의 더미임을 경고하는 직관이 작동한다. 시체는 전염성 병원체를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간염, 에이즈, 장염, 살모넬라증,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결핵 등을 퍼뜨린다. 특히 시신을 해체하거나, 미라로 만들거나, 인육을 먹는 등 시신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면 더욱더 감염병에 걸리기 쉽다. 실제로 여러 문화권에서 시체는 ‘죽음의 기운’을 내뿜어서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장의사가 불결한 직업으로 여겨져서 사람들이 장의사와 말을 섞는 것조차 꺼렸다.

다른 한편으로, 지인이 아니라 지인의 시체인데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직관은 꺼지지 않고 한동안 계속 작동한다.

원래 우리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가족·친구 같은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그 사람과 그동안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순식간에 알려주는 알림 체계를 갖고 있다. 예컨대, 내 아버지를 만나면 “속은 깊지만, 가끔 불같이 화를 내시는 우리 아버지군!” 같은 직관이 빠르게 뇌리에 들어오는 식이다. 유족이 보기에 고인의 시신은 잠자는 고인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유족은 고인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시달린다.

즉, 가족의 시신은 ‘오염물질의 더미’인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바로 그 가족’이다. 상충하는 두 직관이 유족을 괴롭힌다.

종교 인지과학자 클레어 화이트는 많은 문화권에서 전염병에 걸릴 위험에도 불구하고 유족이 시신과 상호작용하는 관습이 존재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차갑고, 딱딱하고, 아무 반응 없고, 부패한 냄새가 풍기는 시신을 유족이 자세히 살펴보고 직접 만짐으로써 유족은 고인이 정말로 죽었다는 확실한 단서를 얻는다. 덕분에 유족은 고인을 가족의 일원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되고, 결국 비통한 감정을 빠르게 벗고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전 세계 57개 문화권을 조사한 결과, 53개 문화에서 유족이 시신을 눈으로 보거나 직접 만지는 장례 관습이 확인되었다. 특히 접촉이 이루어지는 경우, 시신을 살짝 만지는 등 약한 수준의 접촉이 아니라 유족이 상당 기간 시신을 안고, 씻기고, 옷을 입히는 등 중간 수준의 접촉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시신을 훼손하는 등 강한 수준의 접촉은 아마도 감염될 위험 때문에 거의 없었다.

가족의 시신은 애틋하면서 두렵다. 하지만 가족의 죽음을 뜻하는 단서를 많이 받을수록, 유족은 고인을 산 자에서 죽은 자로 재분류해서 비탄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장례지도사가 장례의 전 과정을 주도하고 유족은 입관할 때나 시신을 잠깐 보는 식의 현대 사회의 장례 절차는 오히려 특이한 예외에 해당하며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고 화이트는 말한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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