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주 의원실, 경찰 불송치 결정문 공개
‘대통령실 입장’ 등 두 항목에서 “휴민트 정보”
김 의원 “간첩이 있다면 더더욱 발본색원 해야”
대통령실이 지난 4월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 “휴민트(사람에 의한 첩보활동)로 획득한 정보임에도 도·감청을 통해 획득하였다고 둔갑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힌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국가안보실 감청 의혹은 지난 4월26일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을 3주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보도했다. 이 문건 중에서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 간 대화 내용이 미국 기밀 문건에 포함돼 있어 감청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해당 의혹으로 미국 당국자들을 지난 5월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고, 경찰은 지난 8월23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불송치 결정문을 확보해 경향신문에 공개했다. 이 결정문 중 ‘대통령실 입장’이라는 항목에는 “대통령실은 언론을 통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가 유출되는 등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관련 내용이 휴민트로 획득한 정보임에도 도·감청을 통해 획득하였다고 둔갑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라고 적혀있다.
또 ‘검토 및 판단’ 항목에선 “고발인이 주장하는 도·감청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김OO(김성한)과 이OO(이문희)이 나눈 대화 내용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으나 이는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또한 현재 피해자인 대통령실은 미국의 정보 수집 방식이 휴민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감청 의혹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어 범죄지를 특정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실의 입장이 기록돼 있다.
김병주 의원은 “도·감청에 대해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미국에 대해서 제대로 내부조사도 안 한 것 같다”며 “휴민트라고 하면 간첩이 있다는 의미인데 더더욱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효 1차장은 군사기밀 유출 전력이 있다. 그런 사람이 사면을 받았다 하더라도 안보실내에서 최고의 기밀을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안보의식이 희박한 사람은 대통령실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는 7일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을 추가 질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