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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발병을 줄이려면 현재 적용하는 간 수치 대신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 연구팀은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수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논문을 소화기분야 국제 학술지 ‘거트(GUT)’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당 100만단위(IU) 구간에 속했던 환자들은 치료 여부와 무관하게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를 치료 여부에 따라 치료군과 비치료군으로 나눴다. 치료군은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으로, 이들을 평균 7.6년간 추적 관찰해 그중 193명에게 간암이 발병한 것을 확인했다.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비치료군 5016명 중에서는 322명이 간암에 걸렸다. 비교 결과 간염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을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당 100만IU 구간에 속한 환자들은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컸다.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낮거나(1만IU 미만), 매우 클수록(1억IU 이상)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은 낮아졌다.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IU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간암 발병 위험이 커지다 오히려 100만IU 구간을 지나면 위험도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IU 구간에 있으면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수치가 1억IU 이상으로 매우 높은 상태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6.1배 높았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 연구팀은 B형간염 치료 여부와 무관하게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당 100만단위(IU) 구간에 속한 환자들에게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그동안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질수록 이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도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생 위험과 연관이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효과적인 간암 예방을 위해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거나 낮을 때 간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현재 B형간염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받으려면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IU 이상이면서 간 수치(AST 또는 ALT)도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B형간염 환자가 치료를 받는 비율은 약 18%에 그친다.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인 암종으로, 만성 B형간염이 간암 발병 원인 중 70%를 차지한다.
연구진은 간암 발병 위험도를 낮추려면 복잡한 현행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바이러스 수치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단순화해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영석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2000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라며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IU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 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하면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4만여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