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을 박스로 인식’ 고성 농산물유통센터서 40대 압착 사망

김정훈 기자

파프리카 등 선별 기계로봇

센서 오류 살펴보다 사고당해

지난 7일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 영오면 한 농산물유통센터 현장. 경남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7일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 영오면 한 농산물유통센터 현장. 경남도소방본부 제공

경남 고성 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산업로봇이 프로그램을 점검하던 40대 노동자를 박스로 인식해 압착시켜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전장치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 45분쯤 고성 영오면 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산업용 기계로봇 센서의 오류를 살펴보던 A씨가 얼굴과 상체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는 사고 당시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었다.

신고자는 “농산물 선별기계 유지·보수 중 기계가 작동해 사람이 깔렸다”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농산물 선별라인(롤러)과 로봇의 팔 사이에 끼여 얼굴과 좌측 쇄골이 눌려 있었다. 119구조대는 유압기로 A씨를 구조했지만 숨졌다.

이 농산물 유통센터는 파프리카 등을 선별해 대부분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이 유통센터에 투입된 무인 로봇은 2대(대당 1억 3000만원)로, 로봇은 파프리카 박스를 선별해 파렛트(물건 옮기는 판)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사고를 낸 로봇은 박스 선별대 주변 바닥에 고정된 상태에서 로봇 팔 1개가 위아래와 양옆으로 움직이며 작동한다. A씨는 프로그램 수정작업을 한 뒤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A씨가 로봇 센서 오류 유무를 확인한 뒤 다시 센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A씨를 박스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로봇이 박스와 사람을 따로 구분할 정도로 인식 수준이 높은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센터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져야 하겠지만, 농가에 활용하는 로봇들이 더 안전하게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산업로봇 오인·오작동 사고는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전북 군산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오작동으로 로봇 기계에 눌려 중상을 입었다. 2022년 4월에는 경기 평택 진위면 음료 생산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신체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숨졌다.

2020년 7월에도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40대 외국인 노동자가 동료의 오작동으로 로봇 팔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자동차 공장에서 산업로봇이 오작동해 노동자가 사망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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