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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출발점…사실, 사실, 사실!

입력 2023.11.08 20:36

수정 2023.11.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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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외국의 소득비례연금과 비교해 꽤 복잡하다. 급여구조에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균등급여가 존재해 소득별로 누진 소득대체율을 형성하고, 보험료와 급여는 상호독립적이지만 양자의 수지불균형이 커 제도 효과를 바로 알기 어렵다. 이에 국민연금에서 ‘사실’을 두고 다른 내용이 언론에 등장하고 심지어 학자들조차 상반된 주장을 내놓는다. 시민들이 종종 국민연금에서 사실 자체를 거꾸로 인식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첫째,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대비 급여 수준이 낮다?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에 담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47%가 보험료율 대비 연금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적정 33%, 높음 21%). 사실과 다른 응답이다. 최근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현행 국민연금에서 평균소득자가 받을 만큼 보험료를 낸다면 수지균형 보험료율이 19.9%다. 예전에 전문가들이 대략 16%라고 말해 왔지만, 기대여명이 길어지면서 더 높아진 것이다. 결국 현행 보험료율 9% 기준에서 급여는 두 배 이상 높은 게 객관적 사실이다.

둘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이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와 연계해 일부 전문가들이 논쟁하는 주제다. 낮다는 쪽은 OECD 연금보고서를 근거로 든다. 회원국 평균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2.2%이고 한국은 31.2%다. 그런데 OECD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지급률(1년 가입당 부여되는 소득대체율), 법에 설정된 완전가입기간, 기초연금을 포괄해 산정되는 종합수치다. 일부 학자들이 이를 곧바로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로 등치하는 건 몹시 협소한 비교다. 세 항목 모두에서, 한국 공적연금은 불리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특히 OECD 산정방식에서 기준 가입자가 국민연금에선 중상위 소득자여서 급여구조가 하후상박인 국민연금은 낮은 지급률로 과소계산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 연금개혁안 문서가 OECD 수치를 소개하면서도 산정방식 차이를 지적하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회원국과 유사하다고 평가한 건 적절하다.

셋째, 현행 국민연금은 계층 간 재분배 효과를 발휘한다? 외국의 대다수 소득비례연금이 기여와 급여가 정비례하는 완전소득비례 제도인 데 반해 한국의 국민연금은 균등급여를 통해 재분배를 도모하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40년 가입하면 소득대체율이 평균소득자는 40%이지만 소득별로 100~30%의 누진구조를 지닌다. 하지만 이는 급여구조만 본 결과다. 국민연금에서 가입자가 낸 보험료까지 반영한 순혜택(급여 총액에서 납부 총액을 뺀 금액)은 가입기간이 긴 사람, 즉 노동시장 중심부에 있는 중상위층일수록 많다. 모두가 미래세대 재정에 의지하여 낸 것보다 더 받지만 현세대 내부에서 순혜택 크기는 오히려 역진적이다. 이는 급여구조는 재분배로 설계되었지만 보험료율이 너무 낮아 발생하는 역설적 결과다. 현행 보험료율 수준을 그대로 두면 ‘국민연금의 재분배’ 효과가 거꾸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넷째, 기금소진연도가 연장되면 재정안정화된 것이다? 국민연금 미래재정을 평가할 때 기금소진연도가 강조되기에 이 설명이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일 수 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모두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차가 완전히 다르다. 보험료율 인상은 가입기간, 즉 전반전에 재정을 늘리기에 기금소진연도(22년 후인 2055년)를 연장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은 수급기간, 즉 후반전에야 지출을 늘린다. 이에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면 재정에 플러스 효과가 생기겠지만, 소득대체율까지 올리면 기금소진연도는 연장되나 미래 재정은 더 불안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서 소득대체율 10%에 해당하는 수지균형 보험료율이 약 5%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도 보험료율이 함께 오르면 보험료의 전반전 효과로 기금소진연도는 연장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보험료율을 5%포인트 인상하면 더 받을 만큼만 더 내기에 현행 재정불균형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고, 그 아래로 올리면 오히려 미래 재정을 악화시킨다. 기금소진연도만 연장될 뿐 장기적으로 재정불안정은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정부, 전문가는 사실을 정리하고 언론과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정부와 학계는 이 역할에 충실한가? 외국 연금개혁에서도 첫출발은 ‘사실, 사실, 사실!!!’이다. 그래야 시민들도 책임을 공감하고 개혁에 참여할 수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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