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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서 평범한, 그래서 비범한···영화 ‘괴인’

입력 2023.11.09 17:10

수정 2023.11.0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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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인>의 한 장면. 진진 제공

영화 <괴인>의 한 장면. 진진 제공

이상해서 평범하고, 그래서 비범하다. 요상하게 들릴 게 뻔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다. 영화 <괴인> 말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기대를 모아온 이 영화가 지난 8일 개봉했다.

주인공 ‘기홍’(박기홍)은 젊은 목수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는 언행이 거칠다. 어린 여성 고객에게 은근슬쩍 말을 놓고 난감한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이 지긋한 인부의 임금 재촉은 ‘찍찍’ 반말로 제압한다. 기홍은 ‘진상’인가?

퇴근 후 기홍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마트 계산대 순서를 임신부에게 선뜻 양보한다.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는 여성 고객의 문자메시지엔 썼다 지웠다 하다 흰소리를 보내고 만다. 트럭을 몰 땐 클래식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 테이블 위엔 읽거나 말거나 책 <니체의 말>이 놓여 있다. 기홍은 선량한 사람인가?

정답은 ‘진상이기도 선량하기도 하다’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이상한 데가 있고, 그래서 평범하다. 영화 <괴인>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그렇다. 친절한데 묘하게 불편한 집주인, 거친 삶을 사는 듯한데 누구보다 반듯한 ‘범인’처럼 말이다.

이런 인물들을 한데 모으는 건 어느 날 밤 벌어진 사건이다. 기홍은 자신의 트럭 지붕이 움푹 파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군가 한밤중 자신의 트럭 위로 뛰어내리는 블랙박스 영상을 본다. 기홍이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 ‘정환’(안주민)이 부추겨 기홍은 범인을 추적하게 된다.

영화 <괴인>의 한 장면. 진진 제공

영화 <괴인>의 한 장면. 진진 제공

설명하기도 애매한, 특별한 것 없는 줄거리다. 큰 사건 사고 없이 흘러가는 듯 보이는 이야기는 이상한 만남들이 이어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상하고 또 평범한 사람들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은 이상하리만치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 속에서 펼쳐진다. 주로 기홍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는 “노가다 중엔 목수가 제일 엘리트” 같은 살아 있는 대사는 시시때때로 관객을 피식 웃게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우들이 비전문 연기자라는 점이다. 주인공 기홍 역의 박기홍은 이정홍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실제 목수다. 집주인 부부를 연기한 전길·안주민은 각각 쌍둥이 자매의 엄마, 피자를 만드는 셰프다. 기홍의 일을 돕는 친구 ‘경준’ 역의 최경준 배우만이 유일한 전문 연기자다. 감독은 친구 박기홍을 오랜 설득 끝에 캐스팅한 데 이어 아파트 단지 광고 등을 통해 나머지 배우들을 섭외했다.

단편영화 <반달곰> <해운대 소녀> 등을 만든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조차 “해답 없이 공포심을 안고 썼다”는 <괴인>의 연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 유난히 소통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나와 다른 타인을 너무 쉽게 혐오하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지요. 이 영화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지켜보고 이해하는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6분.

영화 <괴인>의 한 장면. 진진 제공

영화 <괴인>의 한 장면.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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