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강래구 “윤관석과 의원 7명 얘기···줬는지는 기억 안 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인 전직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씨가 8일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검찰이 의심하는 현역 의원들 명단 일부가 법정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13일 열린 돈봉투 의혹 사건 재판에서는 이 사건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강 전 상임감사를 상대로 현역 의원 등에게 돈이 뿌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2021년 4월28~29일쯤 상황에 대해 물었다.

검찰은 2021년 4월29일 국회 출입 내역을 보면 강 전 상임감사와 윤관석 의원이 만난 사실이 확인된다며 “증인(강래구 전 상임감사)은 검찰에서 윤관석 의원이 (돈 봉투를 건넨) 여러 의원을 말했는데, 윤재갑·이용빈·박영순·이성만·허종식·임종성·김영호 7명을 얘기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강 전 상임감사는 “조심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맞는지 정확하지는 않았다”면서 “돈을 줬는지 받았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고 의원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돈 봉투 20개가 송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모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에게 전달됐고 4월 28~29일 국회 본관 외통위 소회의실, 의원회관 등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뿌려졌다고 의심한다.

법정에서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사무부총장은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을 토대로 이성만·허종식·임종성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넨 것이 맞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의원을 10~20명으로 보고 특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재판에선 돈 봉투가 뿌려진 경위를 두고도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검찰이 “당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전 대표 캠프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주자고 최초로 말한 사람은 윤관석 의원이 맞나”라고 묻자 강 전 상임감사는 “맞다”고 답했다.

검찰이 4월26일 캠프 관계자 등이 모인 기획회의에서 윤 의원이 ‘홍영표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300만원 정도씩 뿌린다고 하니 우리도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묻자 강 전 상임감사는 “정식 의제로 다뤄진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획회의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허종식·임종성 의원이 참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강 전 상임감사는 국회의원 등에게 건넨 돈이 얼마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검찰이 “경쟁후보 캠프에서 30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적게 주기로 결정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나”라고 묻자 “상식적으로는 경쟁 후보 캠프에서 300만원을 주면 우리 캠프에서도 300만원 정도를 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로 돈봉투 안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있었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서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의원에게 건넬 현금 6000만원을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수수한 혐의(정당법 위반)으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윤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다 첫 재판에서 돈 봉투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각 봉투 속에 들어있던 돈은 공소사실처럼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