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3일 열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보수적 판결 성향, 위장전입 등의 문제가 검증대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가짜뉴스 심의센터’를 신설하는 등 언론을 심의하는 것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 권한 행사는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사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또 다른 자유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자제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이 헌법에 명시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원칙 동의한 셈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답변이다.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함께 보수색 짙은 의견을 제시해온 점도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는 “저는 보수인 것을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인권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라며 “향후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사건을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 기간 주로 보수색 짙은 의견을 내왔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을, 2020년 교원의 정치단체 가입 금지 위헌 판결에서는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헌재는 그간 동성동본 금혼·낙태죄·간통죄 폐지 등 한국 사회를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보수 성향이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이 후보자의 이날 답변에 주목할 것이다.
가뜩이나 보수 색채가 뚜렷한 판결을 해온 조희대 전 대법관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터여서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사법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헌재의 수장으로 이 후보자가 제격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후보자는 잔여 임기 논란에 대해 관례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11개월 후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헌재가 연임 여부를 놓고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국회 본회의의 임명동의안 투표에 앞서 이 후보자와 대통령실은 연임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후보자의 헌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의지를 면밀히 따져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