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상임이사국 중·러 겨냥 경고성 메시지
“북 불법 남침, 유엔·국제사회 배신행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북한의 불법 남침을 돕는다면 국제사회의 응징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회원국들과의 첫 회의에서 중국·러시아에까지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유엔사 역할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가 전선을 지나치게 넓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장관은 14일 국방부 청사에서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으로서 이 자리에서 북한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6·25전쟁 때와 달리 이제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 됐다. 북한이 또다시 불법 남침을 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이 유엔군사령부를 공격하는 자기모순이다. 나아가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신 장관은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응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6·25전쟁 때 북한을 도왔던 나라들이 또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 나라들 역시 북한과 같은 국제사회의 엄중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에 중공군을 참전시킨 중국, 구소련 시절 북한을 후방 지원한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전쟁 당시와 달리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상임이사국인 만큼 이들 국가가 더는 북한을 지원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950년 유엔군사령부의 창설 기반이 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84호를 채택할 때 소련은 참여하지 않았고 중국은 유엔에 가입하기 전이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하면서 “북한이 불법 군사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유엔 상임이사국들이 유엔의 깃발을 단 유엔사를 공격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국제사회의 응징’은 꼭 물리적·군사적인 응징이 아니어도 외교적인 응징일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반도를 향한 구체적인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전선이 과도하게 넓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러 군사거래 정황이 포착되는 것에 따라 정부는 러시아를 향한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북한과의 협력 수위를 조절하고 있고 한국과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성이 높은 국가여서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리로 한 정부의 한·미·일 안보 초밀착 기조 탓에, 중국과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급속도로 편입되고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날을 세웠다. 오스틴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능력 확장을 돕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중·러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이 번번이 무산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최근 러·북 군사 협력이 증가하는 것도 우리의 고민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잔인한 선택 전쟁에 기름을 붓기 위해 러시아에 치명적인 원조를 제공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의 광범위한 불법 활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활동은 대한민국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지난 70년간 번영과 평화를 가져온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무너뜨려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