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입력 2023.11.14 20:31

수정 2023.11.14 20:32

펼치기/접기
[송혁기의 책상물림]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

동아시아의 전근대 학술사는 경전 해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몇몇 텍스트에 대한 주석이 시대마다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오래된 지향을 따라, 새로운 저술보다는 경전에 대한 풀이와 부연의 방식으로 자신의 학문 견해와 시대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전 해석의 계보에는 다양하고 치열한 이견과 논쟁이 담겨 있다.

<논어> 역시 함축된 표현 때문에 여러 이설이 부딪치는 구절이 많다. 공자가 위나라 대부 영유를 평가한 대목도 그렇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롭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었다.” 군주가 훌륭하여 이상을 실현할 만한 때를 만나면 자신의 지혜를 발휘하여 경륜을 펼치고, 무도한 군주의 치하에서는 어리석은 듯이 행동하며 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렸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희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근거는 영유가 무도한 군주인 성공 때 위험을 무릅쓰고 동분서주 온갖 힘을 쏟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는 기록이었다. 지혜롭다는 이들은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 위급한 순간에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은 채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낸 영유를 칭송한 내용으로 해석한 것이다. 불을 끄기 위해 스스로 불로 뛰어드는 무모함이기에, 참으로 따르기 어려운 어리석음이라고 표현했다. 어리석은 체하며 명철보신(明哲保身)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지향이다.

주희의 영향이 컸던 조선과 달리, 중국의 학자들은 주희 이후에도 현대까지 전자의 해석을 따르는 예가 많다. 정약용은 여러 학설을 두루 보았고, 영유에 대한 주희의 사실관계 인식에 오류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구절에서만큼은 주희의 마음으로 공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 온당하다고 보았다. 여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영합하여 그저 자기 몸과 가족이나 겨우 보전하면서 입을 닫고 팔짱 끼고서 ‘영무자의 어리석음’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지식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 정신이 깔려 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약삭빠른 사람보다는 앞뒤 재지 않고 나서는 우직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건, 정약용의 시대만이 아닐 것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