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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전통의 일본 여성가극단 배우,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 ‘파장’

입력 2023.11.15 21:57

수정 2023.11.1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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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각종 폭언에 시달려”…장시간 노동 문제도 지적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공연 중인 연극 <파가드>의 포스터. 극단 홈페이지 캡처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공연 중인 연극 <파가드>의 포스터. 극단 홈페이지 캡처

여성들로만 이뤄진 일본의 뮤지컬 극단인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최근 소속 배우의 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연상케 하는 집단 괴롭힘이 선후배 사이에 이뤄져온 것이 폭로되면서 ‘110년 전통’이란 이름 아래 묻혀 있던 악·폐습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가극단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30일 극단 배우인 아리아 기이(25)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리아는 사망 전날 연극 <파가드(PAGAD)>의 첫 무대에 올랐으며, 리허설 과정에서 선배들에게 각종 폭언을 들었다. 그는 사망 전 어머니에게 “정신적으로 괴롭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극단 내에서 겪어온 각종 문제들을 폭로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아리아는 입단 7년째가 된 올해 신인 배우들의 공연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일부 선배들로부터 잦은 압박을 받았다.

선배들은 그에게 ‘후배들이 실패하면 모두 네 탓’ ‘마인드가 없는 것인가’ 등의 폭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슈칸분슌’은 일부 선배들이 그의 이마에 고데기를 갖다 대려 하며 괴롭혔다고도 보도했다.

고인은 공연 준비로 지난 8월 중순부터 1개월 반 동안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가량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의 경우 업무 시간이 하루 약 16시간에 달했다고 유족 측은 설명했다.

논란이 되자 극단 측은 지난달 조사팀을 꾸렸으며, 지난 14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극단 측은 고인이 한 달에 118시간 이상의 시간외 노동에 시달렸으며, 선배들의 압박까지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배들의 압박이 사회통념에 비춰 허용되는 범위는 넘지 않았으며, 집단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유족 측은 같은 날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극단 측의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며 재검증을 요구했다.

일본 언론에선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엄격한 상하관계를 재조명했다. 선후배 간의 엄격한 관계를 전통으로 여겼으나, 도를 넘은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극단 소속 배우였던 히가시 고유키는 “선배들에게서 무언가를 지적받으면 반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런 관습은 오랜 세월 전통이란 이름으로 미담으로 회자됐다”며 “그 이면에 있는 폭력이나 괴롭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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