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6점·수학은 7점 예상
지구과학Ⅰ·Ⅱ 격차도 14점
평가원 “유불리 최소화” 무색
통합수능 시행 후 문제 계속
미적분 등 선택, 입시에 유리
이과 ‘문과 침공’ 반복될 듯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국어와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가 통합수능 시행 후 3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원점수를 받은 수험생이라도 본인이 선택한 과목에 따라 실제 대입에 쓰이는 표준점수는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 매년 심화하면서 당분간 표준점수 유불리로 인한 논란과 ‘문과 침공’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입시업계 예측을 종합하면 2024학년도 수능 국어·수학 영역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격차는 현재와 같은 공통+선택과목형 수능 체제가 시행된 2022학년도 이후 3년 만에 가장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가스터디교육이 수험생들이 입력한 가채점 점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어에서 화법과작문을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은 141점, 언어와매체는 147점으로 추정돼 6점 차이가 났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확률과통계 140점, 미적분 147점, 기하 142점으로 최대 7점의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격차는 매년 커지고 있다. 2022학년도 수능의 표준점수 격차는 국어 2점, 수학 3점이었고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 3점, 수학 3점이었다. 탐구영역에서도 과학탐구영역 표준점수 격차가 벌어졌다. 이번 수능 과학탐구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던 지구과학Ⅱ(82점)와 가장 낮았던 지구과학Ⅰ(68점)의 격차는 14점으로 추정돼 지난해 수능(8점)보다 훨씬 커졌다. 수능 당일인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영역에서 공통과목과 함께 선택과목 1개를 골라 시험을 치르고 있다. 평가원은 각 선택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공통과목의 집단별 평균점수를 이용해 표준점수를 조정한다. 같은 선택과목에 응시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이 높을수록 조정된 표준점수도 높아지는 방식이다.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평가원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원점수 만점자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추정할 수 있다.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격차가 커지면 수험생들은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이 아니라 표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 올해 수학영역 응시자 중 미적분 과목을 선택한 비율은 49.2%로 통합수능 도입 뒤 처음으로 확률과통계 응시자를 넘어섰다. 국어영역에서도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의 비율은 38.9%로 전년보다 4.8%포인트 늘어났다.
주로 이과생들이 택하는 미적분이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상황이 심화하면서 이과생들이 문과 상위권 학과에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적성과 관계없이 문과로 교차지원한 이과생들이 ‘반수’ 등을 선택하며 대학에서 이탈하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가 준비 중인 대입개편 시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부터 수능 국어·수학·탐구 영역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공통과목 체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2027학년도까지 남은 3차례 수능에서는 선택과목별 유불리 현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