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종섭 전 국방장관, 10일 넘도록 채모 상병 사망 경위 제대로 몰랐나

강연주 기자    이혜리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12일 국무회의 시작 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12일 국무회의 시작 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민간 경찰에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직전에야 사고 경위를 제대로 파악했다는 취지의 복수의 진술을 군 검찰이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망 후 열흘이 지나서야 사고 경위를 제대로 파악했다는 게 복수의 진술 취지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국방부검찰단(군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에 지난 7월30일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서 이 전 장관에게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단장으로서 수사결과를 설명한 과정을 기재했다. 박 대령은 당시 오후 4시30분경부터 해병대 사령관, 국방부 장관, 대변인, 국방정책실장, 군사보좌관 등이 참석한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당시 수사결과를 설명하는 도중 이 전 장관이 “발목 높이 물에 들어가 땅이 꺼져 물에 빠진 것이 아니냐?”라고 질문했고, 자신은 “허리 아래까지 입수를 허용했고, 어떤 대원들은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전 장관이 “그럼 내가 잘못 알고 있었네. (대통령실에) 허위보고를 했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령의 진술서 내용대로라면 지난 7월19일 채 상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이 넘은 무렵까지도 이 전 장관은 사건 경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셈이 된다.

박 대령은 진술서에서 수사결과를 모두 설명들은 이 전 장관이 “(임성근 해병대 1)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에 자신은 “수사결과 사단장의 과실이 확인됐고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넘겨 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으며, 이 전 장관은 “알았다”고 답했다고 기재했다.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해 ‘장관이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냐는 질문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설명 자리에 참석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박 대령 진술서 내용과 유사한 진술을 군 검찰에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사령관은 군 검찰에서 “장관님께서 ‘사령관이 잘못 보고했네’라고 저에게 말씀하셨다”며 “1사단에서 강둑 부분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고 보고를 받고 장관님에게 동일하게 보고했었기 때문에 제가 ‘예, 제가 잘못 보고드렸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이 사건 발생 무렵 1사단으로부터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이 전 장관에게 같은 내용의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당시 최초 상황보고서에도 사건 경위는 ‘지반이 무너져 급류에 휩쓸렸다’는 식으로 기재됐지만,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진행한 뒤 ‘물에서 수색 작전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렸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다만 김 사령관은 박 단장과 달리, 장관이 ‘허위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은 이처럼 사건 경위에 대한 보고가 정정된 다음날인 7월31일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점, 그 무렵 이 전 장관이 임성근 1사단장을 다시 ‘정상 출근’하도록 지시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령은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으로 이첩 대상이 축소됐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방부나 해병대 측은 신속히 사건 경위를 규명하려 했고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사건 경위를 뒤늦게 파악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건 초기에 보고한 내용과 수사단의 조사를 거쳐 밝혀진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에 장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한 것이고 (중략) 조사가 진행되고 결론 내지는 사실관계에 근접하지 않은 상황에 중간에 계속 보고를 수정해서 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사령관이 ‘둑이 무너져 물에 빠졌다’는 취지로 이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 사령관이 그런 보고를 받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하고, (해병대 조사에서도) 둑이 무너졌다는 표현 자체도 없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초기 보고 내용과 7월30일 보고 내용에 차이가 있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관련해서 이미 국회에서 7번(에 걸쳐) 질의와 답변을 하며 사실도 다 이야기했다”면서 “더 이상 이야기할 게 없을 것 같다. 사실관계는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보고 내용 및 임 사단장 인사 조치와 관련한 추가 질의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Today`s HOT
도모산 중독 의심되는 바다사자를 구조하는 자원봉사자들 사흘간 베트남 방문하는 브라질 대통령 환영식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 순간 진화율 진척, 추가 확산 막으려는 장병들과 시민들
올해의 신간 홍보 준비하는 라이프치히 도서전 이드 알피트르에 앞서 옷을 구매하려는 여성들
신기한 영국의 소인국 레고랜드, 사람들의 관심을 끌다. 봄을 맞이하는 준비하는 보트 수리공
벚꽃이 만개한 이탈리아 토리노 공원 잠시나마 쉬어가는 란체론 해변 용암 분출 잦은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남미 볼리비아, 우기로 침수된 거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