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약 청정국 복귀’를 내걸고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외에서 마약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국내에서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중독자는 치료·재활을 도와 마약을 끊도록 하는 게 골자다. 처벌 위주의 ‘마약과의 전쟁’으로는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단속·관리·치료를 아우른 입체적인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국내 유통되는 마약의 해외 밀반입은 원천 차단 목표를 세웠다. 우범국 여행자들은 전국 모든 공항·항만에서 소지 화물과 전신 스캔 검색이 실시된다. 우편 등 국제화물 단속도 강화한다. 합법적으로 ‘뺑뺑이 마약쇼핑’이 벌어져온 의료용 마약류는 관리 체계가 개편된다. 의료인은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펜타닐 등을 처방·투약받은 이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마약법을 어기면 자격정지된다. 권역별로는 마약중독 치료병원을 늘리고,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판매할 땐 최고 사형까지 양형기준을 높이는 등 처벌도 강화한다. 내년 마약류 대응 예산은 올해(238억원)의 2.5배인 602억원으로 늘어난다.
큰 방향은 옳다. 관건은 실행이다. 해외 마약의 유입 차단이 중요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국내 수요를 억제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점은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확인된 바다. 마약중독자를 ‘처벌해야 할 범죄자’보다는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마약사범 재범률은 36%로 다른 범죄의 1.5배에 달하는데도 치료·재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에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으로 25곳이 지정됐지만,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마약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의료수가 현실화를 비롯한 보상 개선으로 치료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마약중독자 절반 이상은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뒤따라야 마약환자 치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올해 9월까지 마약 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늘었는데, 드러나지 않은 마약인구는 통계의 28배인 약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극화와 극심한 경쟁 속에 한국 사회는 마약 창궐이라는 또 하나의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규제·예방·치료를 병행하는 종합대책과 비상한 각오로 마약을 확실하게 근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