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가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합의된 영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피해자 측이 23일 황씨와의 메신저·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불법 촬영이었다”고 거듭 반박했다.
📌피의자 전환된 황의조···그라운드 밟자 “이게 맞냐” 와글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서초구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가 촬영을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내용이 담긴 황씨 측의 입장문은 사실 관계를 오도할 뿐더러, 혐의를 ‘셀프 인증’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 중 황의조와 피해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 변호사는 “암묵적 동의를 받았다”는 황씨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영상을 함께 본 적이 있다”는 황씨 주장에 대해 “피해자에게 황씨는 수년 전 불법영상의 캡처본을 한 차례 공유한 적이 있다”며 “피해자는 당시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불법촬영을 하고 피해자에게 공유한다고 불법 영상이 합법 영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이 변호사가 서면으로 프린트해 공개한 두 사람의 지난 6월27일 통화 내용에는 피해자가 “내가 보여달라고 했고, 분명히 지워달라고 했었다. 어찌됐든 싫다고 했었고 근데 왜 그게 아직도 있냐”고 묻는 내용이 담겼다. 황씨가 같은 통화에서 “찍을 때 이런 일 생길 지 나도 몰랐다”라고 하자 피해자는 “내가 싫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잖아”라고 했다.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 중 황의조와 피해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어 피해자가 “불법적인 행동을 한 것을 너도 인정을 해야 한다”며 “네가 여기서 잘 마무리해주면 너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하자 황씨는 “아 그니까, 나도 지금 그걸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 미안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황씨는 “변호사 선임했고 피해 안 가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황씨는 전화를 종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8시29분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니까, 피해 안 가게 노력하겠다”고 피해자에게 카카오톡메시지를 남겼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얘기를 통화 때는 못하다가 전화를 끊고 나서야 수습에 나선다”며 “당시 황씨가 이미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이는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황씨 측은 전날 입장문에서 피해자의 직업과 결혼 여부 등을 공개하며 “신원이 유출될까 우려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매우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별개의 범죄 행위”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축구협회와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도 “불법영상은 사생활이 아니라 범죄이고 불법행위”라며 “2차가해에 동조하는 선택과 언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황씨는 지난 21일 중국과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인된 영상 유출 피해자가 한 명 더 있으며, 이 피해자는 황씨의 부탁으로 유포와 관련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 전지현 기자 jhyu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