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3개월 이상 지속’돼야?…직장 괴롭힘, 인정 힘들어지나

김지환 기자

노동부, 제도 개편 용역 발주
보고서 “객관적 기준 필요”
일회성·반복적 행위 구분
지속기간·횟수 수치로 명시

노동계 “한 달 못 버틸 수도
허위신고 부담에 더 위축돼”

‘주 1회·3개월 이상 지속’돼야?…직장 괴롭힘, 인정 힘들어지나

고용노동부가 최근 2년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연구용역을 두 차례 발주하는 등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괴롭힘 판단 기준으로 지속성·반복성 요건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동계는 ‘허위신고’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괴롭힘 인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피해자가 ‘참고 견뎌야 하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괴롭힘에 관한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23일 노동부로부터 받은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 보고서는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정의를 지속성·반복성 등 객관적 기준이 반영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객관적 기준이 없어 허위신고 등 혼란이 발생하고, 허위신고자 중 다수가 보상을 먼저 요구하는 등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 3월 이 연구용역 보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은 2019년 7월16일 시행됐다. 근기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고서에선 ‘일회성이라도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행위’와 ‘지속·반복돼야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구분했다. 전자는 폭력, 폭언, 성희롱, 부서 이동 및 퇴사 강요, 부적절한 의심 및 누명, 모욕적인 언행, 부당 징계 등이다. 후자는 업무 능력·성과 미인정 및 조롱, 승진·보상 차별, 힘들고 꺼리는 업무 몰아주기, 주요 의사결정에서의 배제, 휴가 및 복지혜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의 지나친 감시, 회식 참석 강요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반복돼야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행위는 ‘3개월 이상 지속됐고, 평균적으로 주 1회 이상 반복’이라는 요건이 붙는다. 다만 지속 기간이 3개월보다 다소 짧아도 13건 이상 기록이 있으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지속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상황에 따라 반복성 기준을 일부 완화(월 2~3회)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보고서에서는 허위신고에 대해선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괴롭힘으로 보기 어려운 행위를 반복적으로 신고하는 등 명확한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4월엔 노동법이론실무학회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개선 방안 연구’도 의뢰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청년 노동자 간담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상 판단 기준 보완,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판단 절차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 장관이 언급한 ‘법상 판단 기준 보완’이 연구용역 보고서 제안대로 진행되면 괴롭힘 인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주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한다면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는데 몇개월을 참고 버텨야만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증거 부족으로 괴롭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례가 ‘허위신고’로 몰리면 직장인들은 신고를 더 꺼릴 수밖에 없다.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1명만이 신고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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